해외 나갈 뻔한 공장 붙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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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부지를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갈 뻔했던 기업체를 시청 공무원들이 하천 물줄기를 바꾸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붙잡았다.

경남 창원시 신촌동 창원특수강㈜. 포스코 계열인 이 회사는 16만8000여 평의 공장 안을 관통해 흐르는 길이 774m, 폭 10m의 하천(적현천) 물줄기를 바꾸는 공사를 곧 시작한다. 창원시가 7일 이 하천의 물길을 공장 외곽으로 돌리도록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회사는 공장 안 하천을 메우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2만여 평에 첨단설비를 갖춘 새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 김정원 대표이사는 "새 공장 부지를 구하지 못할 경우 중국.인도 등 제3국에서 찾을 계획이었다. 시청에서 하천 물길을 바꾸면서까지 부지를 마련해 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스테인리스 선재(線材)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종업원 1300명과 협력회사 직원 700명 등 2000여 명이 연간 1조1421억원의 매출을 올려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까지 공장을 증축해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경쟁관계인 중국 업체에 뒤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2004년부터 증축을 추진해 왔지만 부지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공장 안에 빈터가 있지만 하천이 흘러 불가능했다. 창원공단에서 땅을 물색했으나 평당 150만원 이상의 고비용에다 현 공장과 너무 떨어져 있어 물류비용도 만만찮았다. 고민 끝에 창원시 기업서비스센터에 하천을 복개해 공장을 짓겠다는 신청을 1월 26일 냈다.

도시계획과.재난안전관리과(하천 담당) 등에서 관련 법규를 검토한 결과 복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하천 정비법에 따르면 하천 복개는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본 하천 담당 공무원 조욱래(40)씨는 "하천 물길을 공장부지 경계 쪽으로 돌리고 하천을 메워 공장을 지으면 어떠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회사 측도 적극 환영했다.

창원시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환경부에 '하천 유로(流路) 변경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5월 17일 '하천 유량 변화 등 하천 안전을 담보할 내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냈다. 창원시는 새 하천의 폭을 상류 9m, 하류는 12m로 하는 등 유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다시 설계해 지난달 26일 마침내 허가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환경부와 경남도 등을 10여 차례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창원시는 하천을 메워 새로 생긴 공장용지 4400평의 값을 44억원(평당 1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하천 물줄기를 바꾸는 데 들어가는 공사비 20억~30여억원을 뺀 뒤 남는 돈은 국고로 환수할 계획이다.

창원시는 2004년 10월부터 '기업사랑운동'을 벌여 ▶기업의 날 지정▶올해의 최고경영자 선정▶이달의 CEO 선정▶모범근로자 표창 등을 해 오고 있다. 기업체 지원 업무만 전담하는 기업사랑과가 올 초 설치됐고, 민원실에 기업체의 민원만 따로 접수하는 기업지원센터도 문을 열었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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