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까지 두 칸 모자랐던 국민의힘의 배터리가 가득 찼다. 2일 오전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준석 대표의 제안에 따라 회의장 배경에 그려진 배터리 그림의 하얀 공백에 빨간색 스티커를 직접 붙였다. 이 대표는 “이제 ‘대동소이’가 아닌 ‘대동단결’ ‘일심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했던 모습과 달리 두 사람의 발언에선 확연한 시각차가 느껴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경선 버스에 탑승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이젠 버스 타신 모든 분에게 안락한 경험,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당과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향해 “같이 탑승한 분들과 치열하면서도 아주 공정하고 흥미로운 경선을 진행해 나중에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꼭 일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어 발언에 나선 윤 전 총장은 “대승적으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더 보편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라며 "일단 당원이 됐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국민의힘과 함께 확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모든 걸 바치고 헌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10여 명의 당 소속 대선 주자들 중 한 사람임을 강조한 이 대표의 발언과 달리,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을 정권교체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확실히 실었다는 해석이다. 당 일각에선 "범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이 자신감을 드러내놓고 표출한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의 지난달 30일 ‘기습 입당’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솔직히 섭섭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니 섭섭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의 입당 환영식이 열리냐”는 질문엔 “오늘은 상견례”라며 “환영식은 다른 대선주자(장성민 전 의원)가 입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 대표실 산하에 ‘대선 예비후보 검증단’을 설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후보에 대한 방어 논리 등을 제공하려면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며 “상대측 공격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미리 정보를 취합하고 그 바탕으로 방어논리를 개발하는 것들이 주 업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쥴리 논란’ 등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검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