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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대장,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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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홍빈 대장. [연합뉴스]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홍빈 대장. [연합뉴스]

김홍빈(57) 대장이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1991년 사고로 열 손가락 모두 잃어 #스키와 사이클 통해 재기 성공

김홍빈 대장이 이끄는 2021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는 18일 오후 8시 58분(한국시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인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했다. 류재강(등반대장),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포장) 등 6명의 대원이 김 대장과 함께 했다.

장애인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건 김 대장이 최초다. 비장애인을 포함하면 세계에서 44번째다. 한국인으로는 엄홍길·고(故) 박영석·김재수·한왕용·김창호·김미곤에 이은 7번째다. 김 대장은 무선을 통해 "코로나 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십시오"란 메시지를 전했다.

6년 전 악천후로 브로드피크 등정을 포기했던 김홍빈 대장은 당초 지난해 재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미뤘다. 지난달 14일 출국한 6명의 원정대는 현지 적응을 마친 뒤, 2주 동안 컨디션을 조절하고 지난 14일 48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16일 캠프3(7100m)까지 진출한 원정대는 극심한 폭설과 잦은 크레바스(눈덩이 또는 빙하가 깨어져 내릴 때 생기는 틈)로 어려움을 겪어 예정보다 하루 지체된 사흘 째 정상 공략에 나섰다. 17일 밤 11시 캠프를 떠난 원정대는 18시간 연속 등반 끝에 1.8㎞의 서쪽 능선을 통해 브로드피크 꼭대기에 올랐다.

김 대장은 1983년 송원대 산악부에서 처음 산을 만났다. 1989 동계 에베레스트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27살이던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6194m·당시 명칭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동상을 입었고, 열 손가락을 절단했다. 앵커리지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3개월 동안 병원에 머물며 7번이나 이식 수술을 했지만 끝내 장애를 얻었다.

좌절에 빠졌전 김 대장은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장애를 얻기 전 고산 등반을 위한 훈련 삼아 배워둔 스키였다. 전국체전 노르딕 스키 종목(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 출전해 입상(은메달)하기도 했던 그는, 장애를 입은 뒤 알파인스키로 전향했다. 1999년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 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여름에는 사이클을 통해 하체 근력을 키웠다.

2006년 다시 산으로 돌아간 그는 가셔브룸2봉을 시작으로 14좌 완등에 도전했다. 2007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등정했고, 2009년엔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까지 세웠다. 2015년에는 세계 4위 고봉 로체(8516m)에 오르다 네팔 대지진 참사로 등반을 포기했으나, 2년 뒤 재도전에 성공했다. 2019년 가셔브룸1봉에 오른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를 마지막으로 15년 만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김홍빈 대장은 하산 과정에서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구조되는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김 대장이 캠프4로 내려오다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해외 등반대가 지나가다 김 대장을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 대장은 캠프4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하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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