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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종 간 국책연구원 10곳,특공 받은 45%가 세종 안 산다

중앙일보

입력

세종으로 이전한 국책연구기관 10곳의 임직원 중 이른바 ‘특공’(공무원 대상 특별공급)을 받은 사람 절반이 실거주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출연금을 받아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책연구기관이 오히려 특공 제도의 정책적 허점을 활용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7.15 임현동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7.15 임현동 기자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사연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16곳은 앞서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부동산 특별공급 대상기관에 선정됐다. 해당 기관 16곳에서 201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12년 간 특공대상 확인서를 발급받은 임직원은 총 2303명이었다.

경사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회로, 다른 국책연구기관들을 총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 경사연 산하 연구기관들은 정부 출연금을 받아 정부의 각 분야 중장기적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한다.

자료에 따르면 경사연(45명)ㆍ과학기술정책연구원(106명)ㆍ국토연구원(226명)ㆍ대외경제정책연구원(132명)ㆍ산업연구원(161명)ㆍ한국개발연구원(363명)ㆍKDI국제정책대학원(76명)ㆍ한국교통연구원(150명)ㆍ한국노동연구원(90명)ㆍ한국법제연구원(97명)ㆍ한국보건사회연구원(160명)ㆍ한국조세재정연구원(251명)ㆍ한국직업능력연구원(139명)ㆍ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72명)ㆍ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159명)ㆍ건축공간연구원(76명) 등 총 2303명의 임직원이 특공확인서를 발급 받았다. 이들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2013년)ㆍ건축공간연구원(2015년)ㆍ국토연구원(2017년)을 제외한 13개 기관은 2014년 세종으로 이전했다.

이들 중 실거주 여부가 파악된 인원의 45%가 현재 실거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사연 45명 중 25명, 조세연 251명 중 128명, 국토연 226명 중 96명 등 총 10개 기관 1310명 중 595명이 현재 다른 곳에 살고 있었다. 한편 KDI, 교통연, 과기연 등 6개 기관은 특공을 받은 임직원들의 실거주 유무를 파악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특공을 받고 3년 안에 퇴사한 경우도 16개 기관에서 총 30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특공을 받은 지 6개월 안에 회사를 떠난 경우도 64명이었다. 권영세 의원실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KDI에 재직하던 교수가 분양권만 받고 실거주를 하지 않다가 1년 만에 퇴직하고 분양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긴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책연구기관에서 특공만 받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도덕적 해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공이 이른바 ‘먹튀’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경우 특공을 받은 임직원에게 정착지원 명목으로 1인당 매달 20만원씩 최대 2년 간 이주지원비가 지급됐다. 경사연 자료에 따르면 세종으로 이전한 국책연구기관 16곳 중 지원비 지급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조세재정연구원을 제외한 15개 기관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이주지원비는 총 115억2800만원 상당이었다. 이사비로는 20억4200만원 상당의 금액이 지급됐다. 일부 기관은 특공을 받은 임직원의 실거주 여부는 “파악불가”라고 보고했지만, 이주지원비와 이사비는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3당(정의당 이은주, 국민의힘 추경호, 국민의당 권은희)이 국회 의안과에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악용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야3당(정의당 이은주, 국민의힘 추경호, 국민의당 권은희)이 국회 의안과에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악용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중에는 부동산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도 포함됐다. 국토연구원에서 특공을 받은 임직원 226명 중 실거주 중인 인원은 130명에 그쳤다. 국토연구원의 설립목적은 “국토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개발·보전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인데, 오히려 특공 제도의 허점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특공 제도가 논란이 되자 정부는 ‘세종시 공무원(및 공공기관 임직원) 특공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하고 관보에 게시했다.

그러나 학계와 정치권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지적이 나왔다. 권대중 교수는 “실제 입주를 하지 않으면 다시 환매하고, 공공기관에 되파는 환매조건부로 특공을 해야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미 팔고 나간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의원은 “정부여당이 논란을 피하려고 서둘러 세종시만 특공 제도를 폐지했는데, 이대로 허점을 덮으면 안 된다”며 “이제라도 철저한 전수조사를 거쳐 악용사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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