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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공작” 주장에 엄호 나선 국민의힘…윤석열은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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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수산업자 김모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날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변인은 조사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다”며 “‘Y(와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 이런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 했다. (그 이후)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 날”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청사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청사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변인이 언급한 ‘Y’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뜻한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윤 전 총장의 대변인으로 선임됐다가 열흘 만에 그만뒀고,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지난달 29일 밤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전 대변인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훈 ‘회유’ 주장에 이준석 즉각 “진상규명 착수”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전직 대변인을 여권 인사가 회유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응했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올린 뒤 “충격적인 사안이다.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동훈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공작 정치이자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라며 “야권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고자 수사기관을 이용하는 시도”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 공작이 난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여권의 습관적 정치 공작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일부 의원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스타트업 대표들과 스타트업 육성 방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스타트업 대표들과 스타트업 육성 방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당장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이 전 대변인에게 회유를 하려 한 인사가 특정돼야 한다”며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밝혀져야 당이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즉각 윤 전 총장 보호에 나선 국민의힘과 달리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따로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입장을 내봐야 좋지 않은 일에 엮이는 꼴이라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회유 시도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전 대변인이 캠프에서 떠난 뒤 윤 전 총장과 별다른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까닭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가까워지는 계기될 수 있다 관측도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국민의힘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입당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이 적극 도우면 일종의 ‘연대감’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정당의 필요성을 윤 전 총장 측도 느끼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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