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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가 떠난 자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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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친동생과 함께 (자신이 설립한 기업인) 블루오리진의 로켓에 탑승을 준비하는 동안 아마존은 새로운 CEO인 앤디 재시 중심의 체제로 변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마존에는 ‘S팀’이라고 불리는 20명 안팎의 임원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한 때 온라인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는 데 큰 공을 세운 최측근 보좌관 세 명은 베이조스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앤디 재시, 제프 윌키, 스티브 캐슬이 그들이다.

하지만 몇 달 전 윌키와 캐슬이 아마존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재시가 후계자로 낙점되었다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맞았다. 그들은 그냥 “때가 되었기 때문에” 물러났다고 했지만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최고위 임원의 선택은 많지 않다. 그들 외에도 많은 S팀 멤버가 아마존을 떠났고, 일찍 아마존을 떠난 임원들 중에는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최고 경영진이 ‘앤디 재시 CEO 체제’로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재시가 이끄는 아마존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가 베이조스와는 무척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낡은 지프를 몰고, 개인 전세기를 타거나 언론 앞에 등장하는 걸 꺼리며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애플 CEO를 보는 듯하다. 애플의 성공을 통해 투자자를 매혹시키며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스타 창업자 다음에는 조용하고 겸손한, 그러나 회사를 장악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임원이 CEO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