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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이창열 교수팀, 느린 지진 원인 컴퓨터 모델링으로 밝혔다

중앙일보

입력

연세대학교 이창열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이 남서 일본에서 발생하는 느린 지진의 원인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7월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해양판이 맨틀로 침강하는 섭입대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힌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섭입하는 대표적 섭입대인 일본은 지진이 활발히 발생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1995년 고베(한신-이와지) 대지진은 일본 전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함을 잘 보여준다.

남서 일본에서는 큰 진동을 동반하는 지진뿐만 아니라 사람이 느낄 수 없는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느린 지진(slow earthquake)’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느린 지진은 다행히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향후 대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변형을 해양 지각이 축적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지진 발생 기작(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과거 연구들은 느린 지진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암석의 공극 또는 절리에 집중돼 발생된 과압력(overpressure)에 의해 발생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왜 남서 일본과 북미의 캐스캐디아(Cascadia) 지역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곳에서 느린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량적인 해답은 아직 제시되지 못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이창열 교수(제1저자)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교신 저자)와 함께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남서 일본과 오래된 해양판이 섭입하는 동일본의 섭입 작용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재현했다. 실험 결과 남서 일본에서는 전호(fore-arc) 맨틀이 위치한 약 70km 깊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섭입해양판 표면에서 남서 일본 지각의 모호면(Moho, 약 35km 깊이)까지 사문암(serpentinite)층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렇게 형성된 사문암층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을 모호면에 공급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해 지속적으로 과압력을 형성시킴으로써 느린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된 해양판이 섭입하는 동일본 섭입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는 남서 일본에서 느린 지진을 발생시키는 물의 과압력이 전호 맨틀에 발달한 사문암층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S파 분리(shear-wave splitting) 연구를 통해 제안된 전호 맨틀에서의 강한 지진파 이방성(seismic anisotropy)과 남서 일본에서 발견되는 맨틀 성분을 포함한 온천수 등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창열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느린 지진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밝혔으며, 이 연구에 기반해 남서 일본의 화산 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고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김영희 교수는 “이 연구는 지구동력학과 지진학의 전문성을 활용한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 간의 융합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 지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구동력학 전공인 이창열 교수는 섭입대에서 물이 화산 및 지진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지구물리학·지진학 전공인 김영희 교수는 지진파 분석을 통한 섭입대 영상화 및 지진 발생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창열, 김영희 교수), 연세대(이창열 교수), 서울대(김영희 교수)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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