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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코로나 공사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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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올 것이 왔다. 방심이 화근이었다. ‘차라리 코로나19 양성 통보가 더 낫다’고 생각한 적이 부지기수다. 워킹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두 글자는 다름 아닌 ‘휴원(休院)’이다.

섣부른 방심은 나만의 잘못이 아니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6월부터 백신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가족 모임 인센티브’ ‘야외 마스크 인센티브’를 시행했다. 여당 지도부가 한술 더 떠 “모임 제한 인원에서 제외해주는 ‘투명(인간) 인센티브’, 저녁 10시 이후 모임 못 갖는 분들에겐 ‘신데렐라 인센티브’, 해외여행을 쉽게 해주는 ‘부루마블 인센티브’”(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거론했다.

한 달 열흘 뒤 내놓은 통보가 ‘수도권 2주간 거리두기 최고 수위(4단계) 격상’이다. 유치원과 모든 초·중·고교 전면 원격수업, 어린이집은 휴원하고 긴급보육 서비스도 최소 규모로 운영한다고 한다. 전에 없던 ‘긴급보육 최소화’ 지침이 눈에 밟힌다. 저걸 이용하려던 맞벌이 부부들이 또 얼마나 애먼 가슴들을 치고 있을까. 델타 변이 돌발변수를 모르고 들떴던 건 정부와 내가 꼭 같은데, 당장 내일의 출근과 보육 부담은 오롯이 개인 몫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재택근무를, 아이는 원격수업을 집에서 그럭저럭 함께하면 되지 않느냐’고 소설 쓰는 분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원격수업 방침이 내려진 9일 오후 서울의 초등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격수업 방침이 내려진 9일 오후 서울의 초등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가 없거나, 너무 오래전에 키웠거나, 그도 아니면 프로 밥벌이 경험이 없는 부류의 논리로 이해한다. 그게 아니고서야 유치원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조차 홀로 정상적인 원격수업 수행이 어렵다는 걸 직감적으로 모를 리 없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중·고 학부모 891명 중 71.8%가 원격수업 집중력 저하를, 67.6%가 수업통제의 어려움을 꼬집었다.

‘재택 근무하며 줌(zoom) 수업도 지휘하는 살뜰한 엄마’란 이상을 실현하기에 회사 업무는 훨씬 더 정제된 집중력과 독립된 시·공간을 요구한다. 사무실에서 고립돼 일해도 종일 허덕이는데, 집에 갇혀 역량마저 분산하면 되는 일 하나 없는 게 불 보듯 뻔하지 않냐는 얘기다. ‘애엄마는 대충 일해도 되고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다’는 편견이 농도만 다를 뿐, 사회 이곳저곳에 여전히 산재한듯해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첫 휴원 이후 “공사(公私)가 다 망했다”는 한탄이 입에 붙었다. 공사 다망(多忙)만 됐어도 좋으련만…. 아이 아빠는 대뜸 “어머님(장모님) 어떡해. ㅠㅠ”라며 우는 카톡을 보내왔다. 결국 친정엄마 희생 외에 방법이 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소득 1억원 이상 맞벌이 부부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50만~100만원 한 번 주려 애쓰는 대신, 돌봄휴가 사용이 어려운 맞벌이·한부모 가정 등이 당장 쓸만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