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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친문들 "머리 깨진건 송영길인 듯"…대깨문 후폭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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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일부 강성 친 문재인 대통령 지지당원을 '대깨문'으로 지칭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낸 일이 당내 파문으로까지 번졌다. 민주당의 대권주자들은 물론, '대깨문'으로 호명 당한친문 당원들도 잇달아 송 대표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지지층이 투표독려하려 만든 말" 해명

송대표의 '대깨문' 발언은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나왔다. 송 대표가 친문 일각에서 나오는 '이재명 불가론'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그는 "과거 17대 대선에서 일부 친노세력이 정동영을 안 찍어 500만 표 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며 "결국 검찰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이 '반(反) 이재명', '이재명 불가론'을 들고나오면서 만약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될 경우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겠노라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어조였다.

정세균 "즉각 사과하라"

그러나 송 대표의 발언에 같은 당 대권주자들이 즉각 반발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송영길 당대표가 공적인 자리에서 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고 있는 '대깨문'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라며 "친노가 안 찍어서 과거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나아가 막 경선이 시작된 판에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을 했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송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광재 의원과 후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로 합의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광재 의원과 후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로 합의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성향의 사용자가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송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클리앙'에 송 대표의 '대깨문' 용어가 포함된 발언 전문을 공유하며 "(송 대표의) 입방정이라 해야 되나, 파격발언이라 해야 되나, 당대표 되기 전에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XX(머리)가 깨진 건 송 대표인 것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깨문은 '대XX가 깨져도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이 말이 만들어진 배경으로는 문 대통령 지지층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용어에서 출발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강성 문 대통령 지지층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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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깨문' 용어 사용과 관련한 해명을 했다.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깨문' 용어 사용과 관련한 해명을 했다.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 "통합하자는 취지"

송 대표는 이날 오전 발언이 논란을 빚자 진화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하나로 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그것(흑색선전)이 너무 세지 않나. 이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고, 특정 후보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이 통합에 안 좋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누가 되든지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입장물을 올린 송 대표는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시거나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설명드린다"고 해명에 나섰다.

특히 송 대표는 대깨문이 지지자들이 스스로 만든 용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하하려는 의도로 이날 대깨문을 지칭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는 "저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라며 "선거 과정에서 투대문, 어대문, 대깨문, 아낙수나문 등 각종 용어가 많이 유통됐다. 우리 지지층들이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주변의 투표 독려를 위해 만든 용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들이 저에게 주신 소명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를 공정하게 선출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원팀으로 승리하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듯이 민주당 대선후보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민주당 후보를 당원,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당선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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