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없는 건보공단 웬 인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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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무더기 간부 인사를 단행,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섭 총무상임이사는 3일 본부의 인력.기획.총무 등 핵심 부서장을 지사로 보내는 실.부장 29명의 전보인사를 했다. 기관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 간부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한 것이다. 건보공단의 이사장 자리는 이성재 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7월 1일 이후 한 달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후임 이사장은 공모를 거쳐 선발하는데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과 안종주 건보공단 이사가 응모해 면접을 마친 상태다.

정부 산하기관의 한 인사담당자는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인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비어 있는 보직을 채우는 정도로 제한된다"며 "대규모 인사는 새 기관장이 부임해 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사회보험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임시관리자에 불과한 직무대행자가 특별히 긴급한 상황도 아닌데 인사를 단행한 것에는 뭔가 배경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복지부의 외압설' '이재용 전 장관의 수렴청정 인사' 등 온갖 루머가 나돌고 있다"며 "만약 복지부가 공단의 전보인사에까지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면 공단의 자율성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전보된 간부 중 핵심 인력은 이성재 전 이사장에 의해 임명돼 대부분 2~3년간 한자리를 지켜 온 사람들이다.

진낙천 노조 정책실장은 "이번에 본부 부서장에서 전보된 간부들은 거의 모두 지방 지사로 내려갔다"며 "전임 이사장 세력을 축출하고 친복지부 인사로 간부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보복성 인사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측은 "이사장이 장기 공백 중인 상태에서 느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인사로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해명했다. 노조가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복지부도 "공단 인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며 당연히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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