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문 김근태 의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도중 메모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한길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4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문재인 법무장관 논란'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전날 청와대의 불만 표출에 이어 이날 당내 일부 의원들의 지도부 공격이 이어졌지만 그는 대응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침묵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수습성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이며, 참여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당.청관계도 상호존중과 신뢰에 입각해서 소통한다면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또 청와대의 새로운 대화채널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이처럼 당 지도부가 '문재인 논란'에서 한발 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청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면 국민들 눈에 좋게 보일 리 없고, 국면이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결국 노 대통령이 문씨를 장관에 임명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청와대 측 기류가 그렇다"고 전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렇다면 당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된다. 이런 흐름이 맞다면 "우리가 지금 계속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당 관계자의 말이 이해된다. 지도부는 결국 청와대의 문재인씨 처리 여부를 보고 향후 대응 수위를 조절할 여유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장측 관계자는 4일 "김 의장이 일부러 노 대통령과 척을 지려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국민의 마음, 민심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그에 따라 입장을 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김 대표측 관계자도 "사안에 따라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당과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당.청 관계가 언제든지 다시 삐걱거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대통령 인사권은 국민이 위임한 것"=지도부의 자제 행보와는 달리, 친노 의원들의 청와대 옹호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4일에도 터져나왔다. 변호사 출신인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놓고 '침해할 수 없는 고유권한'이라며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당내에서 중도성향의 무계파로 분류되는 문 의원은 "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이 위임한 권리인 만큼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청와대나 지도부의 입장과 상관없이 사안별로 자기 입장을 밝히려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누가 민심을 업었고 수긍할 만한 논리를 가졌느냐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