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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 우려에도…밤 10시 넘어도 '불야성' 홍대거리

중앙일보

입력

오후 10시가 넘은 홍대입구 인근의 거리 모습. 주점과 클럽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흡연 중이다. 허정원 기자

오후 10시가 넘은 홍대입구 인근의 거리 모습. 주점과 클럽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흡연 중이다. 허정원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의 A 라운지바 앞. 영업 종료시간이 되자 20대 젊은이 수십명이 골목으로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내린 '턱스크'를 한채로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며 왁자지껄 떠들었다. 좁은 골목은 이들이 내뿜는 연기로 이내 뿌옇게 채워졌다. 일행이 아닌 낯선 이들끼리도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돌아가기 아쉬운듯, 이들의 아슬아슬한 즉석만남은 한참 이어졌고 10시40분이 넘어서야 하나둘 자리를 떴다. 그들이 떠난 자리, 거리엔 수백개의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7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홍대 밤거리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소재 어학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강사 6명이 다녀가면서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곳이다. 외국인 강사들이 이 지역에서 모임을 가진 뒤 경기도 지역으로 돌아갔고 수강생으로 감염이 퍼지면서 1일 현재 242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도 9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 2m 골목에 수십명 '턱스크' 운집

주점과 클럽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흡연 중이다.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허정원 기자

주점과 클럽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흡연 중이다.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허정원 기자

저녁 시간 홍대 거리 대부분은 한산했다. 그러나 인기 주점들이 위치한 일부 골목들은 젊은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평소 붉은색으로 밝던 네온간판은 꺼놨지만, 분위기만은 코로나19 이전과 다르지 않게 들뜬 모습이었다. 영업 시간 종료를 1시간 남겨둔 오후 9시에도 주점과 바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고,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 골목엔 A업체 외에도 2~3개의 술집, 포차가 밀집해 있다. 집단감염의 영향으로 영업을 일시 중단한 B 호프집과 C라틴바는 모두 이 골목 지척에 있었다. 영업이 끝나고 1시간여가 지난 오후 11시. 직원들이 매장을 다 정리하고 나서야 골목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원어민 강사 發 집단감염, 242명 확산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코로나19 확산세는 다시 위중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전국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700명대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완화된 거리두기 체계 적용을 일주일 미루는 등 방역대책에 나섰다. 특히 감염 폭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원어민 학원강사 발(發) 집단감염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달 29일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고 “6월 16~28일 서울 마포구 홍대 라밤바·젠바·도깨비 클럽·FF클럽·어썸·서울펍·코너펍·마콘도bar 방문자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중대본이 언급한 8곳의 주점을 지난달 30일 직접 가본 결과, 6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2곳은 여전히 성업중이었다.

“1일 다시 열겠다”…점검 바빠진 지자체

지난달 30일 원어민 강사발 집단감염 동선에 포함된 B호프집 앞에 걸린 안내문. 허정원 기자.

지난달 30일 원어민 강사발 집단감염 동선에 포함된 B호프집 앞에 걸린 안내문. 허정원 기자.

이에 따라 서울시는 1일부터 2주간 특별방역대책 시행을 예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최근 감염사례가 빈번했던 음식점, 카페, 노래연습장, 학원 등 시설을 중심으로 철저한 시·구 합동 집중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방역수칙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무관용 조치를 통해 고위험시설 확산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유형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진자가 발생하며 지난달 30일까지 문을 닫은 B 호프집 문 앞에는 “이번 일에 완벽한 방역을 위해 저희 직원들은 검사를 받음으로 가게를 닫는다”며 “모두 음성일 시 1일 목요일에 재오픈 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위생감시팀을 중심으로 2인 1조를 이뤄 주점 앞 방역수칙을 부착하고 그간 민원이 많았던 홍대입구 인근 주점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주점 관계자들 역시 6월 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전직원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이라며 “일 2~3회 환기 및 소독, 체온검사, 손소독제 공급 및 매장 청결 유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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