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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까지 흰색 입으라는 윔블던, 마스크도 흰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너뛰었던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28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윔블던 대회는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복장 규정이 있다. 바로 흰색 경기복 착용이다. 대회 주최 측인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앤드 크로켓 클럽’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규정을 어기는 선수들이 한두 명은 나온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 심판이 데브룸의 모자 색깔을 지적하고 있다(왼쪽 사진). 데브룸은 전부 흰색인 모자를 윔블던 조직위에서 제공해줬다고 전했다. [사진 데브룸 SNS]

윔블던 테니스 대회 심판이 데브룸의 모자 색깔을 지적하고 있다(왼쪽 사진). 데브룸은 전부 흰색인 모자를 윔블던 조직위에서 제공해줬다고 전했다. [사진 데브룸 SNS]

올해는 아직 본선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위반 선수가 나왔다. 예선에 출전한 인디 데브룸(25·네덜란드)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심판이 내 모자 안쪽이 충분히 하얗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글을 올렸다. 윔블던 복장 규정 7항에는 '모자, 헤드밴드, 두건, 손목밴드, 양말은 모두 흰색이어야 하고, 10㎜가 넘게 색깔이 들어갈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데브룸의 글은 SNS에서 논란이 됐다. 한 테니스 팬은 "모자 안쪽은 어두워야 햇빛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다. 심판은 아주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며 비판했다. 또 "심판의 모자는 보라색인데 선수는 흰색 모자를 써야하는 것이 웃기다" "윔블던의 드레스 코드 규정은 너무 이상하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데브룸은 SNS에 "심판은 친절했다. 또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흰색 모자를 줬다. 윔블던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윔블던의 흰색 규정이 점점 엄격해지면서 선수들의 속옷까지 흰색으로 규정했다. 2014년 윔블던 조직위는 ‘속옷 역시 흰색이어야 한다. 보이는 부분은 모두 마찬가지다. 땀에 의해 비치게 되는 부분도 다 흰색이어야 한다’고 복장 규정 9항을 신설했다. 그전까지는 선수들의 하의 아래 받쳐 입는 속바지 색깔은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바지도 남자 선수들의 경우 밖으로 비칠 경우 흰색이어야 한다.

2017년 윔블던 대회에서 분홍색 브래지어를 입어 지적당한 비너스 윌리엄스. [AP=연합뉴스]

2017년 윔블던 대회에서 분홍색 브래지어를 입어 지적당한 비너스 윌리엄스. [AP=연합뉴스]

그러자 민망한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지난 2015년에는 유지니 부샤드(27·캐나다)가 여자 단식 경기 도중 스포츠브래지어 끈이 어깨 쪽으로 노출됐는데 색깔이 검은색이어서 주심이 대회 조직위원회에 괜찮은지 문의했다. '10㎜를 넘지 않는 넓이의 테두리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어도 된다'는 예외 규정으로 인해 부샤드는 계속 경기할 수 있었다.

지난 2017년에는 비너스 윌리엄스(41·미국)는 여자 단식 경기에서 분홍색 브래지어를 입고 나왔다. 처음엔 안 보였다가 경기 도중 분홍색 끈이 흘러나왔다. 윌리엄스는 경기가 비로 중단된 사이 갈아입어야 했다. 경기 후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속옷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다.

지난 2018년에는 존 밀먼(32·호주)이 남자 단식 64강전을 앞두고 코트에서 몸을 푸는데 속바지 색이 진하다고 지적받았다. 속옷 때문에 경기도 못 치를 수 있어서 밀먼 아버지는 급하게 근처 상점에 가서 새로운 속옷을 사야 했다. 밀먼은 "이전 윔블던 대회에서 입었던 똑같은 속옷이었다. 그러나 올해 새로 입은 경기복이 유난히 얇아서 속옷이 비쳤다. 어쨌든 새 속옷을 입고 경기를 치러서 다행"이라고 했다.

25일 윔블던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러 나온 세리나 윌리엄스. [AFP=연합뉴스]

25일 윔블던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러 나온 세리나 윌리엄스. [AFP=연합뉴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코트에 입장한다. 마스크 흰색 규정 여부는 미정이다. 그러나 깐깐한 윔블던 대회라는 것을 잘 아는 선수들은 알아서 흰색 마스크를 준비하는 눈치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는 대회 개막 전 코트에서 훈련하러 나올 때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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