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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포스코, 대우조선 인수설 '아니 땐 굴뚝'으로 끝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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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싶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일 두 회사 주가가 출렁거렸습니다. 포스코 주가는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다 장 막판 회사 측이 부인 공시를 내면서 강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대우조선은 반대로 7% 가까이 오르다 상승 폭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포스코는 이날 공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수설은 너무 앞서 간 얘기"라는 게 회사 고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한 해 3000억원어치의 제품(선박용 후판 등)을 사주는 고객사(대우조선)가 어떻게 될지에 포스코가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했습니다.

지금까진 아니지만, 앞으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정부와 산업은행.포스코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매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마땅히 팔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조선업체에 맡기기엔 세계 3대 조선사인 대우조선의 덩치가 부담스럽습니다. 독과점 논란도 일겠지만, 불경기 때 경영 악화의 골이 더 깊어지는 '규모의 불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간산업을 섣불리 외국계에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조선업과 연관이 깊고 자금력도 풍부한 포스코가 나서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세계 1, 2위 철강업체인 미탈과 아르셀로가 합병키로 하는 등 세계 철강업계에 덩치 키우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포스코에 대해 외국 철강사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포스코로선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는 인도와 중국에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본업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우조선과 같은 연관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포스코 입장에서 보면 대우조선은 '안정적인 후판 공급'과 '적대적 M&A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존재인 셈입니다.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 것'으로 쉽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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