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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이 콕 찍은 보톡스 회사…왜 지금 매물로 나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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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휴젤의 제품군. 휴젤은 보톡스 사업 비중이 절반 가량(52%)을 차지한다. 보톡스 이외에는 필러(32%), 화장품(6%), 기타(10%) 사업으로 매출을 낸다. [사진 휴젤]

휴젤의 제품군. 휴젤은 보톡스 사업 비중이 절반 가량(52%)을 차지한다. 보톡스 이외에는 필러(32%), 화장품(6%), 기타(10%) 사업으로 매출을 낸다. [사진 휴젤]

국내 보톡스(보톨리늄) 업계 매출 1위인 휴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휴젤 인수를 검토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국내 시장 1위 휴젤…1분기 매출 638억 #베인캐피털, 4년 만에 새주인 찾기 나서 #몸값 2조원대…신세계가 인수 검토 중 #“통조림서 발견했다”는 균주 출처 논란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17일 휴젤 사옥에서 인수 검토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신세계 측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휴젤 인수 관련하여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2017년 인수 

휴젤 연도별 실적. 그래픽 김영희 기자

휴젤 연도별 실적. 그래픽 김영희 기자

현재 휴젤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털(베인)이 보유하고 있다. 베인이 국내 보톡스 시장에 뛰어든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휴젤의 최대주주였던 동양에이치씨와 인수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의 계약에 따라 리닥(LIDAC)이라는 법인이 휴젤 지분 44.4%를 인수했다. 현재 지분율은 42.9%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등 경쟁 기업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휴젤은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은 한해 5조~6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 회사는 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에서 134억원의 매출을 올려 2018년(60억원) 대비 두 배로 커졌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김영희 기자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김영희 기자

지난해 말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으로부터 보톡스 제품(‘레티보’) 판매허가를 받았다. 레티보는 중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국내 유일한 보톡스 제품이다. 중국 보톡스 시장은 한해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도 노리고 있다. 휴젤의 자회사 휴젤아메리카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레티보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휴젤은 필러·화장품 등 연계 판매가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데다 경쟁사 간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국내 1위에 올랐다”며 “중국·미국 시장 진출로 향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업계선 “왜 지금 매물로 나왔나” 의문 

한편에선 베인 측이 ‘왜 이 시점에서 매물로 내놨느냐’ 하는 시선도 있다. 몸값이 오르고 있는 시점이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휴젤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잡으면서 향후 성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운용사가 자금 회수를 시도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해석이다. 사모펀드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인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인은 휴젤 지분을 최대 20억 달러(약 2조2600억원)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투자금(9300억원)의 약 2배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 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글로벌 보톡스 시장 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익명을 원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이 정도 규모의 투자엔 통상 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한다”며 “2조원에 매각하더라도 성공적인 투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인이 기존에 투자했던 카버코리아(지분율 60.4%)는 4300억원에 인수했다가 3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베인이 휴젤의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리스크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인이 인수하기 전인 2002년 휴젤은 질병관리청에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후 몇 차례 균주의 출처가 다르다는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20여 개 보톡스 기업의 균주 출처 관련 조사를 했다. 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허위로 신고했다면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제조소 폐쇄까지 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제조소 폐쇄 명령을 받으면 보톡스 원료 제조가 불가능해지고 국내·외 제품 판매가 막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휴젤 측은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보톡스 균주 현황 조사 결과 불명확하거나 현행법을 위반한 사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균주 논란은 종식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보톡스 4개사 위법 적발”

한편 질병관리청은 조사 대상 20여 개 중 4개 보톡스 기업의 위법사항을 적발한 상태다. 정부에 신고하기도 전에 균주를 보유했던 정황이 있는 2개사와 허가 없이 균주의 유전자 변형 실험을 진행해 이를 제품화한 1개사, 균주 신규 취득 방법을 신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심을 받는 1개사가 대상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들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며 “다만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날 수 있어서 기업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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