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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 모친 유공자 사칭" 의혹, 보훈처 조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보훈처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모친이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독립유공자에 등록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위 조사에 착수했다.

광복군 제2지대 후손 모임인 장안회의 이형진 회장이 지난달 12일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원웅 광복회장 부모 광복군 복무 기록 날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1

광복군 제2지대 후손 모임인 장안회의 이형진 회장이 지난달 12일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원웅 광복회장 부모 광복군 복무 기록 날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1

보훈처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을 통해 김 회장 모친 독립운동과 관련, 새로운 문제가 제기돼 이에 대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회 개혁모임(광개모)과 광복군 제2지대 후손 모임인 장안회는 앞서 15일 김 회장의 모친인 전월선(全月善)씨는 독립유공자 전월순(全月順)씨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광개모 관계자는 “전월순씨(1921~53년)는 전월선씨(1923~2009년)의 언니이며, 상주에서 확인한 제적부(除籍簿)엔 전월순씨와 전월선씨가 친자매 사이로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훈처는 최근 경북 상주시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전월선씨는 전월순씨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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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독립유공자 신청 당시 김 회장 모친은 “‘전월선’이 본명이고 ‘전월순’이란 이명(異名)으로 광복군 활동을 했다”고 적어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전월순'이라는 이름을 빌렸을 뿐이고, 실제로 독립운도을 한 사람은 '전월선'이라는 뜻이다. ‘전월순’씨가 그해 건국훈장 애족장을 서훈받았고, 보훈처 공식 기록엔 ‘전월순’으로 돼 있다. 그러나, 자력철(보훈대상자 명부)에는 ‘전월선’으로 기록됐다.

‘전월순’씨는 16세이던 1939년 중국으로 옮긴 뒤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에 입대해 일본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원을 모집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보훈처는 상주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는 한편 90년 서훈 당시 관계 서류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광개모 측은 “전월선씨가 생존과 사후까지 10억원으로 추산하는 보상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이는 국고로 반환돼야 한다”며 “김 회장은 그동안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광개모의 이완석씨는 “친언니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을 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김 회장의 부친인 김근수씨(1912~92년ㆍ독립유공자)의 제적부를 떼보면 모든 사실이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광개모의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광복회 관계자는 "김 회장은 모친 전월선씨가 친언니 전월순씨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입장"이라며 "전월선씨는 '전월순' 이외 여러 가명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9년 6월부터 광복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2019년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파와 결탁했고,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라고 주장했다.

광복회 내부에서도 김 회장의 대외 발언을 놓고 정치적 편향성이 지나치다며 반발해 갈등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과잉 징계 논란도 불렀다. 지난 4월 11일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광복회원인 김임용씨가 김 회장의 멱살을 잡으며 비난했다. 김임용씨는 독립운동가 김봉준 선생과 노영재 지사의 손자다. 광복회는 지난달 7일 김임용씨가 없는 상태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제명 처분을 내렸다.

김 회장의 광복회는 김상현 전 의원, 유인태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에게 ‘최재형상’을 줬는데, 최재형기념사업회와 상의가 없어 논란을 불렀다. 최재형 선생(1860~1920)은 안중근 의사 등을 도운 독립운동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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