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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면수업 방침에 "백신 맞혀달라"vs"평범한 대학생활 기대"

중앙일보

입력

매년 학기초 하숙과 원룸 임대 전단지가 빼곡하던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김성룡 기자

매년 학기초 하숙과 원룸 임대 전단지가 빼곡하던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대에 이어 주요 대학들이 2학기 전면 대면 수업 실시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생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백신을 가장 늦게 접종하는 20대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는 지난달 31일 오세정 총장이 담화문 형식의 글을 통해 2학기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한 강의당 수강인원을 100명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코로나 대책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연세대ㆍ서강대도 수강 인원 제한을 조건으로 대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대ㆍ중앙대ㆍ건국대 등도 이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맞고 재개해도 안 늦어”

대학가의 이 같은 방침에 학생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집단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20대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도와 치명률이 다른 나잇대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가장 후순위로 밀려 9월쯤 접종이 예상된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아르바이트 같은 외부 활동이 특히 활발한 대학생들은 백신을 다 접종한 뒤 대면 수업 재개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집단 감염으로 다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상황 발생하지 않겠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백신 1차 접종률은 24.5%다. 최근엔 백신 접종 순서가 아니더라도 잔여 백신으로 나온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을 예약해 접종할 수 있지만, 20대에겐 불가능한 얘기다. 두 백신은 혈전증 부작용 때문에 30세 미만에는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20대가 맞을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은 75세 이상 고령층에 접종 중이며, 잔여 백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1학기 기말고사 대비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도서관 이용 가능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교내 출입 및 캠퍼스 건물마다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오전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1학기 기말고사 대비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도서관 이용 가능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교내 출입 및 캠퍼스 건물마다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뉴스1

백신 맞으러 수능 접수?

20대들 사이에서는 “백신 접종을 가장 빨리할 수 있는 방법은 9월 수능 모의평가나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것”이라는 글도 확산하고 있다. 백신을 맞을 목적으로 허수로 응시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여름방학인 오는 7~8월 중 대입 수능을 앞둔 고3과 졸업생 등 N수생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대학교 3학년 김모(21)씨는 “학교가 대면 수업을 강행한다면 허수 지원을 해서라도 백신을 먼저 맞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백신 접종 인센티브도 누리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미 대면 수업을 하는 초ㆍ중ㆍ고교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지모(22)씨는 “대학은 초·중·고와 달리 전국적으로 유동 인구를 발생시키고 외국인 유학생 문제도 있어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1학기와 같이 대면+비대면 혼합 방식에서 대면을 조금 더 확장하는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일단 등교를 하게 되면, 그동안 모임을 갖지 못했다는 보상심리로 동아리 등 만남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0ㆍ21학번 “평범한 대학생활 누려보고 싶어”

코로나19로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큰 20, 21학번은 대면 수업 재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다음 학기까지 비대면이면, 입학 후 2년 동안 내 캠퍼스 추억이 증발하는 것”이라며 “아직 얼굴도 모르는 동기들도 만나고 밥도 같이 먹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를 전공하는 한 1학년 학생은 “오늘 기말고사 대면 시험 때문에 입학 후 처음 학교를 왔는데 건물을 못 찾아서 한참 헤맸다. 시험 끝나고 학교에서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 하나 없는 게 좀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엔 축제나 동아리 활동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초ㆍ중ㆍ고 등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흐름상 대학도 대면 수업을 재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수업 인원수 제한이나 캠퍼스 내 방역 방침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우리 학생들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서 다가오는 2학기에는 대면 활동을 좀 더 확대하고 대학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2학기 대면 강의 확대를 위해 교직원들이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방역 당국에 요청하는 등 대면 강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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