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으면 거울보고 화내지 마라" 이렇게 美 때린 푸틴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NBC방송과 지난 14일(현지시간) 인터뷰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NBC방송과 지난 14일(현지시간) 인터뷰했다. AP=연합뉴스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우리를 비난할 때 나는 '자신을 들여다보지 그러냐'고 말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러시아를 향해 제기하는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이같이 역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해커나 정부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는 의혹에 대해 "우스꽝스럽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는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등등 온갖 것으로 (미국으로부터) 비난당해왔다"며 "그리고 그들은 한 번도, 한 번도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의 반체제인사 탄압을 부인하며 오히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진압한 것을 꺼내 "이게 정치적 탄압"이란 논리를 폈다. 당시 의회 난입자 진압 과정에서 수백명이 체포되고 경찰의 총격에 1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공격 지시 의혹도 부인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가 살아서 감옥을 나갈 것이라고 보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나라에서 그런 건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푸틴 대통령이 키어 시몬스 기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키어 시몬스 기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도 "미국이 리비아·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지에서 똑같은 짓을 하는 게 아니냐"고 맞받았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는 "여러 계기에 냉전의 유물이라고 말해왔다. 왜 아직도 (나토가)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는 푸틴 대통령은 미·러 관계에 있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간첩 등 혐의를 문제 삼아 억류해온 미국인 트레버 리드와 폴 월런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하는 게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미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인터뷰는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된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시간 반 정도 진행됐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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