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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치사 사건 특별사면받은 체육지도사…법원 “자격 인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 행정법원. [연합뉴스TV]

서울 행정법원. [연합뉴스TV]

교통사고 치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체육지도사 자격이 취소됐던 남성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형을 면하게 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훈)는 최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사ㆍ치상)죄로 법원에서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를 확정받았다가 특사로 사면ㆍ복권된 A씨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통령 특사로 A씨에 대한 형사판결의 효력이 상실된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체육지도사 자격도 취소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사ㆍ생활스포츠지도사 등 체육지도사 자격을 보유한 A씨는 교통사고 관련 치사·치상 사고를 내 2019년 초 1심 법원에서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A씨가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판결은 같은 해 5월 확정됐다.

그런데 A씨는 그해 말 대통령 특사 명단에 들게 됐다. 당시 신년 특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함께 일반형사범 2997명을 포함한 총 5174명에 대한 특별사면ㆍ복권을 발표했던 때였다.

반면 문체부는 이듬해 6월 A씨가 보유한 체육지도사 자격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는 처분 당시엔 근거로 국민체육진흥법상 자격 취소 대상인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 기간에 해당 중인 사람’을 들었다. 이후 A씨가 소송을 걸자 문체부는 같은 법의 다른 조항을 사유로 꼽았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도 취소 대상이기 때문에 바로 직전 해에 특사를 받은 A씨도 해당한다면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별사면은 단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A씨에 대한 선고 효력 자체가 상실됐기 때문에 A씨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소송에서 “A씨가 특사를 받기 전 자격이 취소된 다른 체육지도사들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또한 “특사에 의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이상 A씨에겐 자격 취소 사유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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