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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기업 한중 어디로 가나|6공 최대 기업 매각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중공업이 드디어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되었다.
민영화와 공기업체제 유지의 두 갈래 길을 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1년여 진통 끝의 결과다.
산업은행는 3일 한중 주식에 대한 일괄 매각공고를 내고, 14일 오후4시30분 입찰등록을 마감한 뒤 17일 오후2시 입찰을 실시키로 했다.
내정가격은 한중 납입자본금(4천2백10억원) 이상의 금액으로 산은이 결정하며 낙찰된 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및 여신관리 시행세칙상 일체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고 낙찰가액에 해당되는 자금은 반드시 부동산 또는 비주력기업을 처분해 조달토록 엄격한 조건을 달고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한중 인수에 따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특혜시비를 막자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장치는 오히려 큰 기업의 입찰참여의욕을 꺾는 역작용도 낳고있다.
당초 한중민영화가 거론되었을 때 삼성·현대를 비롯, 럭키금성·선경·쌍룡·한국화약 등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 후보명단에 떠올랐다.
그러나 논란이 거듭되고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수의사를 포기, 심지어 유찰을 우려한 상공부가 이들 기업에 입찰참여를 종용할 정도였다.
현재 이들 기업 중 쌍룡이 한중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내년 자동차부문에 2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등 여건상 어려운 점이 많으며 결국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복병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중인수는 삼성·현대 양대 그룹의 각축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현재 중공업 시장점유율은 현대 35%, 대우 20%, 삼성 l5%이며 이번에 입찰에 부쳐지는 한중의 비중도 15%다. 한중인수여부에 따라 관계기업의 세력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특정기업의 비중이 커질 경우 정부의 산업구조 형평을 위한 「적정한 자원배분」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정부관계자는 밝혔다.
한중 공장부지 1백29만평 중 65만평이 절대녹지로 묶여있고 영동사옥도 소송에 걸려있어 생각보다 큰 이득이 없다.
게다가 4천억원이상을 현찰로 부실기업인 한중에 집어넣으니 다른 곳에 투자하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한중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기업들이 덩치가 큰 계열기업 몇 개사를 처분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있으며 「부실기업」을 맡기 위해 탄탄한 계열기업을 처분해야하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현대가 한중을 인수할 경우 엔진·해양실비·보일러위주의 그룹내 기계공업 분야에 대형기계설비를 추가, 종합 플랜트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한중을 인수하면 중공업이 취약하다는 그룹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석유화학설비 등 국내 플랜트 공사와 해외시장 개척을 도모할 수 있다.
삼성은 또 현대가 한중을 인수하면 중공업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이 되어 나머지 기업들이 현대의 하청기업화하는 사태를 우려하고있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 한중을 인수하든 사후 문제점이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인수 대가로 계열기업의 매각을 의무화했지만 과연 그런 기업을 사갈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며 팔려 가는 기업체 직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풀어주느냐도 관건이다. 여기에 특정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한중내 노사분규도 얽혀있다.
또 인수 후 한중 정상화를 위한 자금조달방법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한중처리문제가 유찰사태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어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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