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군 "제적"놓고 한양대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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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백20일째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며 신출귀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있는 전대협의장 임종석군(23·한양대무기재료4)의 학사처리문제를 놓고 한양대가 문교부와 학생들 사이에 끼어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문교부의 공식입장은 임군이 ▲학생신분으로 정치활동을 하거나 할 목적으로 조직·선동을 한 점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무단결석을 하고있는 점등을 들어 한양대 측에 임군의 제적을 권유하고있다.
그러나 임군이 장기간 수배를 받아가면서도 운동권 안에서 신화적 존재로 학생운동을 이끌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점에 심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문교부 측의 실제 이유. 이 때문에 비공식 채널을 통한 문교부 측의 제적권유는 최근 부쩍 잦아졌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9월 공대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도위원회를 열어 임군의 징계문제를 논의했으나 ▲임군이 수배 중이어서 변론의 기회를 줄 수 없고 ▲아직 사법처리가 되지 않은 점등을 들어 징계결정을 연기했다.
2일에도 총장주재로 학·처장회의를 연 학교 측은 학칙상 제적이 가능한데도 사실상 징계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는 것은 징계결정 이후 나타날 학생들의 거센 반발 때문.
현재 총학생회 측은 학교측이 임군을 제적할 경우 전면적인 거부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임군이 6월30일 「평양축전참가전야제」에 참석하고 종적을 감춘 뒤 2학기등록을 하지 않아 자동제적 상태에 빠졌는데도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 대리등록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임군의 지난 학기 성적은 모두 F학점 처리돼 있는 상태.
전대협의 전면적인 11월 투쟁을 앞두고 「얼굴 내보이기 작전」을 전개하며 12만 경찰을 우롱하고 있는 임군의 학사처리문제는 문교부와 학교·총학생회 사이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휴화산으로 남아있다. <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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