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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예금 5%대 … 고금리 경쟁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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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수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상호저축은행권 수준과 비슷한 연 5%대까지 높였다. 오랜 저금리로 돈 굴릴 곳이 마땅찮았던 고객들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은행 간 경쟁이 자칫 '출혈'로 이어지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부동산 담보대출을 놓고 벌였던 금리 인하 경쟁이 하반기엔 예금금리 인상으로 바뀌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수신금리 '연 5% 시대'=경남은행은 2일 연 5% 중반대 금리를 챙길 수 있는 특판상품을 내놨다. 만기 2년짜리는 연 5.2%, 3년짜리는 연 5.4%까지 확정 금리를 준다. 이 은행의 3년 만기 특판 금리는 저축은행의 가장 고금리 상품(연 5.8%,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하나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1일 정기예금(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 금리를 많게는 0.5%포인트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1000만원 이상 예금을 2년 넘게 묻어두면 연 5%, 1억원 이상이면 연 5.2%까지 금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2일부터 인터넷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연 4.9%(1년 만기)의 금리를 주는 등 전산 통합을 계기로 공격적인 수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10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여부를 살핀 뒤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결정할 방침이다.

시중 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들과의 금리 차이도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1.5~2%포인트에 달하던 저축은행-시중은행 간 예금금리 격차는 올 들어 1%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 과열 땐 부작용 우려=과도한 금리 경쟁은 은행의 '주 수익'인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간 차이로 생기는 수익)을 갉아먹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은행의 예대마진은 1.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2분기(1.48%포인트)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놓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예금-대출 간 금리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격화되면 차이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마진 감소는 곧바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함정호 교수연구팀장은 "과도한 수신 경쟁으로 은행 부실이 다시 커지는 것은 물론 줄어든 예대마진 수입을 메우기 위해 수수료 인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김정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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