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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아버지 갖은 고생 했는데…한국 법원 맞는지 통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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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법원, 예고 없이 선고 사흘 앞당겨 #당일 통보, 원고 1명도 참석 못해 #재판 시작 1분 만에 “각하” 판결

7일 오후 2시3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 시작 후 1분 만에 내려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각하 판결에 격분하면서다.

장 대표는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울어야 하는지,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족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 임철호(85)씨는 “(아버지가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았고 나라가 독립돼 (배상을) 요청했는데 오늘 한심한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 판사, 법원이 맞는 건지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할 말이 없다”고 울먹였다. 임씨에 따르면 임씨의 아버지는 강제징용으로 일본 나가사키에 끌려가 탄광 일을 하다가 현지에서 사망했다.

일제 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상대 소송 주요 일지

일제 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상대 소송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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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법원이 선고일을 갑작스럽게 앞당긴 데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애초 재판부는 오는 10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전 9시에 돌연 “오늘 선고를 내리겠다”고 원고와 피고 측에 통보했다. 놀란 유족과 관계자들이 급하게 법정을 찾았지만, 85명의 원고 중에서는 단 한 명도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 대표는 “선고일이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아침 9시쯤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아버지가 강제징용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6년간 탄광 일을 했다는 정영수(71)씨는 “한 시간 반 전에 선고 날짜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정부에서 달려왔다”며 “일본 기업들한테 돈을 못 받아서 달라고 한 건데, 원고들한테 재판 비용까지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재판부가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지만 이를 소송으로 행사하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 판단대로라면 논리적으로 원고들은 심판 대상으로서 적격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 간의 예민한 사안이라 (재판부가 대법원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부당하게 미지급된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받아야 한다”며 “양국 관계도 이런 기초 위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15개 시민단체도 공동 논평을 내고 “재판부가 일본의 보복과 이에 따른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 독립과 양심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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