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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했던 연극무대 만추관객 줄잇는다|『도적들의 무도회』·『목소리』등 매회 매진 보조의자까지 마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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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을이 깊어가면서 그간 썰렁했던 연극 무대에 관객이 몰리면서 연극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창작극을 중심으로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개최됐던 서울 연극제가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소위「인기극」으로 불리는 작품이나 인기 연극인이 출연한 작품에는 매진 사태가 속츨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어 연극계 최대 과제중 하나인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훌륭한 연극이라도 관객이 없는 연극은 의미가 없고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가을무대 최대의 히트작은 역시 극단 자유와『도적들의 무도회』.
호암아트흘에서 10월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이어진 14회 공연에 유료 입장객 1만 2천 백 80명을 기록하는 등 모두 1만 3천 5백여명의 관객이 몰렸다.「매회 매진」이라는 근래에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고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입석까지 마련했었다.
『도적들의 무도회』가 이처럼 폭발걱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보다도 츨연자들의 연기력이 돋보였기 때문. 특히 극단 가교의 대표이며 최근 TV에서도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정통 연 극인」이기를 고집하는 박인환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또 주제 자체도 오랜만에 「가볍고 낭만적」인 것이어서 젊은이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지난달 27일부터 극단 산울림이 공연하는 장 콕토 원작 1인극『목소리』도 개막 첫날부터 관객이 몰려 매일 보조 의자를 비치하는등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객석이 1백 27석밖에 안되는 소극장에 매일 2백여명이 몰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1천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있는 연기로 연극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윤석화 개인에 대한 인기에다 작품 또한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으로 극단 관계자들은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11월2일까지 공연되는 극단 작업의 『데미안』도 이번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평일 평균 1백 50여명, 주말평균 2백명씩 몰려 지금까지 2천 5백여명이 관람했고 마지막 공연까지는 3천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역시 헤르만 헤세라는 원작자 이름이 청소년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으로 극단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여성 해방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인형의 집』도 중년 여성과 직장 여성들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단 현대 예술극장이 연기 경력 30년의 김금지 연출로 지난달 25일부터 11월 26일까지 현대 백화점 지2층에서 선보이고 있는이번 공연에 회사 여직원회등에서 단체 주문이 이어지는등 특히 여성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역시 원작자 헨리크 입센의 이름과 김지숙·이승철등 중견 연기자들의 열연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되고 있다.
이밖에 극단 마당 세실극장이 3일부터 30일까지 선보이는 『쥐덫』도 영국에서 37년째 연속 공연되고 있는 「인기작」이어서 11월 연극무대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고 극단 로얄씨어터의 『사랑』도 10월말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의외로 반응이 좋아 11월말까지 공연을 연장하기로 했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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