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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악연 맞다” 이준석의 돌직구 정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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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의도 정치판에는 소속 정당이 엮인 민감한 이슈에는 명확한 입장 발표를 삼간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킨 이준석 후보는 이런 불문율을 비켜가고 있다.

여의도 불문율 깨고 거침없는 발언 #이 “말 아껴봐야 밑천만 드러날 뿐” #당내 “장점이지만, 실언 리스크도”

그는 3일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 연설회에서 “나를 정치권에 영입해 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감사한 마음이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야권 통합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직설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안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악연이 맞다”면서 “이유는 딱 하나인데 2018년 바른미래당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 공천 때 안 대표가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입당과 맞물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 버스는 정시에 출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이 후보가 여의도 정치 문법을 잇따라 깨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충청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당 입장에선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민감한 국면에선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돌직구 발언을 놓고 “가볍다”거나 “발언 실수로 당을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을 향해 “(국민의힘) 앞에 타면 육우, 뒤에 타면 수입산 소고기가 된다”며 입당을 압박하자 “막말 정당 프레임을 다시 뒤집어쓸 생각인가”(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를 향한 공세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는 “초보 셰르파가 원정대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고, 주호영 후보도 “대선을 앞두고 불안한 후보를 앞세워 도박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을 아끼고 숨기는 정치를 해 봤자 결국엔 밑천만 드러날 뿐”이라며 “앞으로도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과 유권자들로부터 냉정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을 놓고 나 후보와 충돌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에 대한 비방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올리며 “당원 명부가 통째로 특정 캠프에 의해 유출돼 이준석 비방 문자 보내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썼다. 이에 나 후보는 “아무 근거도 없이 다른 후보가 당원 명부를 유출한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펴고 있는 후보는 이준석 후보다. 구태하고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손국희·고석현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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