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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선 지금…|버려지고 망가지고 도난당하고…|문화재·사적 무관심 속 곳곳서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비 인력 충원…보수 작업도 전문가 고증을
반만년을 이어온 겨레의 발자취며 선조들의 숨결이 서린 각종 문화재와 유적·사적들이 도처에서 도난·파손·훼손등 수난당하는가 하면 무관심속에 방치된채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보호 관리 예산조차 제대로 마련 안된채 도난·훼손당하는 현장들을 추적해본다.
◇도난=신라 천년의 터전이었던 경주를 비롯, 경북 지방에서는 올해들어 7건의 문화재 도난 사건이 발생해 25점이 없어졌다가 그중 2건만 해결돼 5점이 회수됐다.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주시 인왕동 453의 2 반월성 해자 발굴현장(발굴 단장 조유전) 창고에 지난6 일 도둑이 들어 신라시대의 실상 문전 5개를 포함, 12점의 유물을 훔쳐 갔었다.
또 경북 달성군 옥포면 반송리 용연사 경내에 있는 보물 539호 석조 계단에 장식돼 있던 사천왕상도 18일오 후 도난당했다가 진주에서 되찾기도 했다.
백제가 터전을 잡았던 전북 지방에서는 3일 남원군 산내면 실상암에 있던 보물4O호 석등의 보주가 도난당하는등 올들어 6건의 문화재가 도난당했다가 그중 석장승 2개만 회수됐다.
이밖에도 80년에는 국보 10호인 백장암의 3층석탑, 83년엔 실상사 경내의 보물 38호 홍각대사 응요탑이 도굴범에 의해 무너지기도 했다.
◇파손·훼손·소실=86년 12월 김제군 금산사 대적광전 (보물 476호) 이 화재로 완전히 불타버렸고 사적 208호인 전주 전동 성당도 88년 10월 불탔지만 화인도 못밝히고 범인도 잡지 못했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애산리 고분군은 15기 모두 삼국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귀중한 유적들이나 이 가운데 11기가 전문 도굴꾼들에 의해 도굴될 때까지 당국에서는 고분군 존재조차 모른채 방치됐었다.
충북 청주시 신봉동 사적 319호 백제 고분군도 전문 도굴꾼들에 의해 고분마다 직경 30cm∼1m정도씩 구멍이 뚫려 있으며 수십군데에 구덩이가 파헤쳐져 있고 구덩이 주변엔 각종 토기 조각들이 널려있다.
또 국내 최고의 돌다리로 알려진 진천 농다리도 교각 32개중 8개가 무너져 버렸으나 방치되고 있다.
◇관리허술=국내 산성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부산 금정산성 (사적 215호) 은 임진왜란때 파괴된후 방치되어 오다 72년 복원사업을 시작했으나 아직도 곳곳이 허물어진채로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어 주둔했던 부산 진지성 (부산시 지정 기념물 7호)과 조선조 동래부 청사의 일부였던 장관청 (부산시 유형문화재 8호) 주변엔 보존을 위한 주변 정화는 커녕 바로 옆까지 고층빌딩이 세워져 옛모습을 잃게 하고 있다.
경주시 인왕동 고분도 제대로 정비를 하지 못하고 있고 경주군 안강읍 독락당과 고령군 고령읍 암각화 주변도 보수·정화를 하지 않고 버려둬 원형마저 잃을 지경이다.
또 33기의 고려청자 가마터가 발견된 전북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사적 69호)와 23기가 발견된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일대의 도요지(사척 70호), 그리고 지방 기념물 14호인 익산군 금마면 신룡리 일대의 백제 토기요지에는 사적지임을 알리는 비석 한개씩만 세워둔채 일체의 관리나 복원 작업을 하지 않아 이대로 방치될 경우 문화재의 흔적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예산미비=충남도는 올해 문화재의 관리·보수를 위해 38억 8천 6백만원의 예산을 편성, 공주 공산성·무령왕릉·송산리 고분등을 수리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을 확보못해 손도 못대고 해를 넘기게 됐다.
신라의 발상지로 문화 유적이 유달리 많은 경북도의 경우 지난해 51억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1백 9건의 문화재를 보수했고 올해도 국비 23억 9천 8백만원등 모두 52억 7천만원을 들여 88건의 문화재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예산으로는 문화재의 현상 유지에도 모자라는 실정이다.
전북도는 72개소의 문화재에 관리인 61명을 두고있으나 예산이 부족해 1인당 월 8만 6천원의 수당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 올바른 관리를 기대할수 없다.
충북도는 올해 34개소의 문화재 보수·유지·관리를 위해 28억 3천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용하고 있지만 홍덕사지 정비 공사에만도 14억원이 소요돼 나머지 문화재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도는 올해 국비 5억 8천만원등 모두 12억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관리·보수가 시급한 32점을 단장하고 있으며 부산시도 올해 3억원의 예산을 확보, 금정산성 북문 문루와 성곽 2백 10m를 보수하는 등 4건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로 금정산성을 보수한다면 전체 성곽 보수에는 1백 50년이 걸릴 지경이다.
◇문제점 및 대책=첫째 관리·유지를 위한 예산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각 지방마다 적게는 몇억원 규모에서 많게는 50여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각종 사업을 펴고 있지만 이 액수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보수할 수 없을 정도다.
넉넉한 예산을 확보해 충분한 연구와 고증을 통해 올바르게 복원·보수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하다.<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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