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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이용구 "1000만원은 합의금…영상 삭제 대가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준 1000만원은 합의금일 뿐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지 하루 만의 입장이다.

이 차관은 3일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이틀 뒤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택시기사분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고 했다.

다만 “합의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분이 증거인멸죄로 억울하게 입건까지 된 것에 죄송하다”며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이전의 사건이기는 하나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SBS가 전날 보도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6일 밤 택시를 타고 있던 이 차관이 택시기사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배경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택시가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다음날 사설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나흘 뒤 2차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영상을 보여줬지만 경찰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이 차관의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A씨도 입건했다. 이 차관 역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차관은 취임 약 6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사의를 밝혔다.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는 않았다.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전문]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이용구의 입장

6월 2일 보도된 영상 장면이 작년 11월 6일 밤 택시기사 폭행 당시의 모습이 맞습니다. 술에 만취해 사람과 상황을 착각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을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고, 특히 아무런 잘못이 없는 택시기사분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택시기사분께 사과드립니다.

사건 2일 뒤인 11월 8일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해 택시기사분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죄한 뒤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위 금액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합의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었고, 위와 같은 사실은 택시기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용구, 폭행 합의금 1천만원 건네며 블랙박스 지워달라 했다”는 제목으로, 마치 합의금이 영상 삭제의 대가인 것처럼 보도하였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택시기사분 사이에 피해자 진술 내용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일은 피해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지만,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를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택시기사분은 경찰 조사에서 실제 있었던 대로 운전석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하였고, 이 진술을 토대로 사건 처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증거인멸교사 부분과 관련해서는, 먼저 택시기사분이 증거인멸죄로 입건까지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 택시기사분께 송구한 말씀을 드립니다. 이 전 차관은 합의가 종료되어 헤어진 이후에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하여 “영상을 지우시는게 어떠냐”는 요청을 하였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이 전 차관이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택시기사는 이 요청에 대하여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하였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서초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에 이 전 차관이 어떠한 관여나 개입도 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이전의 사건이기는 하나, 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송구스러운 마음이고, 특히 억울하게 입건까지 되신 택시기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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