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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논란에 자율 정화 약속한 의협…CCTV에는 "초가삼간 태우는 격"

중앙일보

입력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료계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자율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리수술 근절 해법으로 거론돼 온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에 대해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의협회장은 2일 오후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 불거진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 “대리수술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의료계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신속하고 엄정한 자체 진상 조사를 통해 해당 대표원장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대표원장에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요청했다”며 “다수 선량한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량한 의사들을 위축시켜 소극적 방어 진료를 야기해 환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회장은 “CCTV 설치와 관리,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며“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리수술 근절을 비롯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척결을 위해서는 ‘CCTV가 보고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겁을 주거나, 사고 발생 후 CCTV와 같은 증거를 찾아 처벌하거나 소송하는 것보다 의료계의 보다 강력한 자정 활동으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율강화 대책으로는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전문가평가제추진단 활성화 ▶자율정화 특별위원회 설치‧운영 및 면허관리원 추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장선문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회원 제명을 포함해 더 강력한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내리는 가장 강한 징계 수위는 회원 권리 3년 정지 조치다.

의협은 또 보건복지부와 5년 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해온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자율규제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 제도를 통해 그간 불법 의료광고나 환자 유인행위, 몰카 등 성범죄, 의약품 관리 미비,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유사 사무장병원 등의 민원에 대한 조사와 평가를 거쳐왔다.

중앙회와 각 시도의사회에 24시간 제보 가능한 자율정화 신고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이후 자율정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전문가평가단이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한다는 게 의협 설명이다.

이 회장은 “위법하거나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한 혐의가 적발되거나 드러난 회원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기초해 공동 자율정화를 추진해나가는 한편,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 올해 2월 수술실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들이 환자의 수술 부위를 절개하거나 봉합하는 등의 불법 의료행위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관계자 9명을 형사입건한 상태고 병원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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