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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살아난다…한국 5월 수출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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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32년9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도 역대 5월 기록 가운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한국의 수출이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주요국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507억 달러, 전년 대비 46% 늘어 #주요국 백신 접종률 올라간 덕분 #차 94% 등 12개 품목 두자리 증가 #“상승세 하반기 지속될진 불투명”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5월 수출입 동향’에서는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지난달 수출액은 507억3000만 달러(약 56조29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6% 늘었다. 1988년 8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절대 수출액도 역대 5월 중 가장 많다. 해당 월에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이다.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평균 수출액(24억1600만 달러)도 5월 기준 사상 최대다. 특히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4억 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모든 달과 비교해도 세 번째로 많다.

수출 회복세는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 실제 지난해 4~5월은 코로나19로 수출 실적이 가장 급감했던 시기다. 여기에 최근 세계 경기 회복 흐름도 수출 상승세를 더 견인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발표에 따르면 10대 주요국의 올해 1분기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처음 모두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세계 교역 흐름의 부활은 한국의 지역별 수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과 5월 주요 9개 지역에서 모두 전년 대비 수출액이 증가했다. 9대 지역 수출이 2개월 연속 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경기 회복 효과는 품목별 수출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15대 주력 품목 중 14개 품목에서 모두 전년 대비 수출액이 늘었다. 이 중 12개 품목이 두 자릿수 증가였다. 선박만 유일하게 전년과 비교해 수출액이 감소했는데, 이는 2~3년 전 수주 실적이 지난달에 반영된 영향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23.5%)·자동차(93.7%) 외에도 석유·기계 같은 이른바 중간재 품목 상승이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상승과 경기 회복 영향에 석유화학(94.9%)·석유제품(164.1%) 수출이 큰 폭 늘었다. 특히 석유제품은 15년11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일반기계(25.9%)도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절대 수출액(42억8000만 달러)도 5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다.

코로나로 경기 양극화 … “수출 늘었지만 내수는 한동안 부진 가능성”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출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같은 중간재는 모두 세계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다. 특히 주요 기업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줄였던 재고를 최근 다시 쌓는 ‘재고 재구축(Re-stocking)’ 과정에 돌입하면서 이들 품목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달에는 그동안 늘지 않았던 수출 물량도 전년 대비 15.6% 급증했다. 수출 단가와 물량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한 것은 2017년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이런 수출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지속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반기 세계 경기 회복세가 상반기보다 둔화하면 한국 수출도 깜짝 특수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12대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같은 국책기관도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는 꺾이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같은 수출 기저효과가 없는 데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더라도 국내 내수 경기에 온기가 퍼지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심화했기 때문에 내수 부진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며 “수출 증가가 고용과 투자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경기 회복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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