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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700만명 한풀이 주말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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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해 아낀 돈을 백신 접종 이후 ‘보복 여행’에 쓰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AFP=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해 아낀 돈을 백신 접종 이후 ‘보복 여행’에 쓰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지난 28일 하루 동안 196만 명이 항공 여행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교통안전청(TSA)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만에 하루 항공 여행 기록으론 최고치다. 자동차 여행객도 폭증해 전국 대도시 주변 도로는 온종일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CNBC 방송은 휘발유 가격 분석업체 가스 버디의 자료를 인용해 자동차 여행객이 28일부터 나흘 동안 쓸 기름값만 47억 달러(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접종자 노마스크’로 전국 북새통 #자동차 나들이 기름값만 5조원 #“앞으로 관광에 더 많은 돈 쓸 것” #이용객 작년 3월 이후 최고치 #정부 “공항서 인내심 가져달라” #인구 50%가 백신 1회 이상 접종 #코로나 전파 확연히 주춤해져

코로나19로 지난해 여행을 하지 못해 남은 돈을 쓰는 ‘한풀이성 여행’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주말 집에서 최소한 80㎞ 이상 여행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이 37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나 증가한 수치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주말 동안은 공항에서 “인내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으면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안 해도 괜찮다고 지침을 바꾼 게 13일이다. 아직 일부 주에선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규정을 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등은 이날 ‘노 마스크’ 관광객들로 넘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메모리얼 데이는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이다. 일부 주에선 학교가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시작하기 때문에 여름 여행철의 시작을 알리는 연휴로 인식된다. 워낙 여행 수요가 많다 보니 지난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지난해 7월 2차 대유행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주요공항마다 긴 줄, 연휴 첫날 196만 명 항공기 이용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내다봤다. 지난해와 달리 미국인 상당수가 안전의식이 몸에 밴 데다 무엇보다 올해는 백신이란 무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CDC에 따르면 28일 현재 미국에서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억6600만 명(인구의 50.1%)이다. 접종을 완료한 경우도 40.2%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 전파도 확연히 주춤해져 지난주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만1600명에 그쳤다. 7만 건이 넘던 한 달여 전보다 크게 줄었다.

컬럼비아대 감염병 학자인 와파 엘 사드르 박사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연휴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그 양상이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낮고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특정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는 관광객이 폭증할 여름 휴가철의 전조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버트 싱클레어 AAA 대변인은 WNYW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앞으로 여행지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것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 전문가 사주 매슈 박사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백신 접종자에겐 콘서트 할인=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한 콘서트 주최 측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입장권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행사를 열었다. 29일 ABC·CNN 등은 다음 달 26일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열리는 록밴드 틴에이지 보틀로켓의 라이브 콘서트 입장료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겐 18달러(약 2만원)인 반면, 미접종자에겐 999.99달러(약 111만원)로 55배나 비싸게 판다고 전했다.

콘서트를 기획한 폴 윌리엄스는 ABC 인터뷰에서 “콘서트를 안전하게 진행하려고 한다”며 “자기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보호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선 “공연 당일 신분증과 예방접종 카드를 지참해야 할인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며 “미접종자 가격으로는 한 장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런 조치가 백신 비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정영교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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