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가 6월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 고검장과 검사장의 구분을 없애는 '탄력적 인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검찰에서 공개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과 올해 초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정치자금 사건 모해 위증 의혹과 관련해 고검장들이 정권의 의도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 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망신주기'를 통해 쫓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28일 검찰 내부망에 법무부를 향해 "말을 듣지 않고, 사표도 내지 않는 고검장들을 쫓아내기 위해 검찰총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검찰인사위를 소집한 것이라고 많은 검사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검찰인사위에서 실제 '고검장을 고검 차장이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그러한 방안을 안건으로 올리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설명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27일 인사위 당일 "검찰 인사 적체"를 거론하며 연수원 23~24기 고검장급 기수를 향해 대놓고 '용퇴'를 압박한 박범계 장관에게 현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고검장을 쫓아내려는 거냐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검찰인사위는 전날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해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고검 검사장·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에는 고검장급을, 지검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는 검사장급을 배치해왔는데, 앞으로는 이 구분을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따르면 고검장급을 검사장급 보직으로 발령이 날 수 있어 기수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 사법연수원 기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검찰 조직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다. 결국 "망신당하기 전에 나가라"는 의미로 검찰은 받아들인다.
실제로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동기인 조상철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3기)이 검찰 고위급 간부 중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 부장은 박 장관이 문제 삼은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검사장들(사법연수원 24기~28기)이 보임된 지 1~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인사 적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검사는 오히려 검찰 지휘부가 너무 연소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