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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보건소 직원들…“코로나 격무에 혼자 6가지 업무 떠안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일을 맡았던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인력의 상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보건소 직원, 뇌출혈에 극단선택도 #“언제 확진자 나올지 몰라 늘 불안” #전문가 “단기인력 뽑아 땜질처방”

지난 23일 숨진 채 발견된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A씨(33)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한다. 업무 부담으로 우울증이 왔고 극단 선택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의 담당자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는 게 유족 주장이다. 그는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부담’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공황 상태) ‘고되다’ 등의 단어를 써가며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 대응 때문에 한 사람이 많게는 5~6가지 역할을 한다. 본래 업무를 하면서 부가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직원들 전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사기진작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답답하다”고 말한다. 보건소 관계자들은 코로나가 터진 후 연일 초과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건강증진 사업이나 출산 관련 업무, 민원 응대 등에 코로나 대응까지 겹치며 피로도가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한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경북 안동시보건소의 50대 여성 팀장 B씨가 자택 욕실에서 샤워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씨 배우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혈압, 당뇨 등 지병이 없었고 상당히 건강했다. 10년간의 병원 진료 내역을 뽑아보니 아토피·결막염 때문에 치료받은 게 전부”라며 “코로나 이전부터 스트레스로 탈모가 왔었는데 지난해 2월 코로나가 터진 후 6개월간 거의 매일 밤 10∼11시에 퇴근하면서 주말에도 쉬지 못하며 일한 데다 최근 접종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피로가 누적된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역 보건소에 2019년 보건직 공무원으로 입사한 C씨(28)는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나올지 모르니 항상 마음이 불안하다”며 “내가 실수해 뭔가를 놓치면 바이러스가 더 전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긴장한다. 병원 업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니 순간적인 판단력도 필요한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역학조사·진단검사 등 기존 방역 업무가 증가하는 데다 현장 점검도 있고, 또 예방접종 관리·시행도 증가하고 있어 보건소 직원의 업무 부담이 많이 증가한 상태다. 장기간에 걸쳐 지자체 전반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력 배치라는 건 공무원의 추가 채용을 말하는 건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지자체별로 임의로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공채를 통해 충원하는 과정이 1년 가까이 걸린다. 정규직 인력을 충원하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인력 재배치, 보조인력 투입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업무를 지도·감독해 줘야 하는데 이런 건 전문성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말은 정규직을 뽑기 어려우니 단기 인력을 뽑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맞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인력 문제는 지난해부터 나온 얘기인데 정부에서 할 역할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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