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시설물안전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본질상 차이 고려하고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이준우 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이준우 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최근 국토부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을 추진하여, 2018년 말에 지난 40년간 유지되어온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업역을 폐지(건설산업기본법 개정)하고, 2021년에 종합 및 전문건설업 업종체계를 전면 개편하였다.

기고

중장기적으로는 업역·업종을 전면 폐지하여 건설업 로드맵에 따라 ‘건설업 단일 업종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건설업종의 일원화와 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조정수단은 실적공시와 주력표시제로 최종적인 판단은 발주자에게 맡기는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공법의 융복합, 발주자 요구 다양화 등에 따라 개편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었고, 분업과 전문화를 위해 도입된 업역 규제는 오히려 상호경쟁을 차단하고 역량 있는 건설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본 것이다.

대업종화 개편 전의 28개 전문건설업종은 재산권의 대상인 부동산 및 동산을 최초로 온전한 형태로 취득하게 하는 건설업이다. 종전의 건설업법에서 규율하던 분야이다. 반면에 시설물 유지관리라는 시설물의 고정 불변 부분은 원래의 기능·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가변·소모 부분은 보수·교체·보강하여 효용을 증진하는 것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설물안전법)으로 전문화된 특수한 건설업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국토부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고 타 업종으로 전환한다는 입법권의 침해 여지가 있는 무리수를 두었다. 일반적인 건설업의 업종 및 업역의 통폐합 문제에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시설물안전법의 개정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시설물안전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 목적 자체가 다르고, 유지관리와 시공 건설이 다르다는 그 본질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

이로 인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하나는 업무의 지속가능성의 훼손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자가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더라도 주력분야로 ‘시설물유지관리’를 표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전문성을 살릴 수 없는 다른 업종의 건설업을 수행하여야만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규제이고, 현 시설물업자들의 권익 침해다.

다른 하나는, 관계 법령의 무력화다. 시설물 소유자·관리자의 시설물의 유지·관리의무는 건산법 개편 이후에도 시설물안전법 및 기반시설관리법 등의 법적 의무는 변함없다. 업종폐지로 각 전문업종의 업무 내용에 유지관리사항이 포함되어 시공과 유지보수가 하나의 업무로 되면, 시설물안전법 제정 이전으로 퇴행하게 된다. ‘시설물유지관리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게 되며, ‘안전점검과 진단’과 ‘보수·보강’조치가 별개로 수행되고, 시설물관리주체의 법정의무가 분할 수행되어야 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시설물의 사용 연한이크게 늘어나고, 초고층·스마트빌딩, 해저터널, 연육교, 해상관광케이블카 등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설물이 급증하고 있다. 불합리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될 문제점은 그 개정령의 시행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시설물안전법 제정 취지에 더하여 최근의 환경변화를 반영한 내용으로 현재 계류 중인 시설물안전법 개정법률안을 중심으로 건설 부문 및 국공유재산 관리 부문의 특별법으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