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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는 그날 생일이었다…14명 숨진 伊케이블카 사연

중앙일보

입력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스트레사에 있는 마타로네 산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 추락한 케이블카. 이 사고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의사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작은 사진 오른쪽)와 그의 남자친구 안젤로 가스파로를 포함해 14명이 사망했다. 이날은 피스톨라토의 40번째 생일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캡처]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스트레사에 있는 마타로네 산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 추락한 케이블카. 이 사고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의사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작은 사진 오른쪽)와 그의 남자친구 안젤로 가스파로를 포함해 14명이 사망했다. 이날은 피스톨라토의 40번째 생일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캡처]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의사 로베르타 피스톨라토는 23일(현지시간)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맞아 남자친구 안젤로 가스파로(45)와 함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녀 가족 보러 이탈리아 왔다가 #이스라엘 국적 일가족 5명 숨져 #총 14명 사망, 5세 남아 유일 생존

두 사람은 피에몬테주 스트레사의 유명 관광지 마조레 호수에서 1491m 높이의 마타로네 산 정상까지 20분 만에 데려다주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피스톨라토는 탑승 한 시간 전, 자신의 여동생에게도 휴대전화로 "우리 케이블카 탈거야"란 메시지를 보냈다.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 사고로 숨진 의사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오른쪽)와 그의 남자친구 안젤로 가스파로.[트위터 캡처]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 사고로 숨진 의사 로베르타 피스톨라토(오른쪽)와 그의 남자친구 안젤로 가스파로.[트위터 캡처]

23일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스트레사에서 추락한 케이블카.[AFP=연합뉴스]

23일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스트레사에서 추락한 케이블카.[AFP=연합뉴스]

이것이 마지막 메시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 사람이 탄 케이블카는 정상 도착 직전,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날 발생한 참사로 피스톨라토와 가스파로를 포함해 지금까지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추락한 케이블카 탑승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는 5세 남자아이다.

24일 영국 BBC, 메트로 등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특히 코로나19와 맞서 최일선에서 일하던 의료인의 사망 소식에 추모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사고에 이스라엘 국적의 일가족 5명도 참변을 당했다. 아미트 비란(30), 탈 펠레그 비란(26) 부부와 이들의 두 살난 아들 톰이 사고로 희생됐다. 같은 케이블카에 탑승했다가 숨진 이츠하크 코헨(81), 바바라 코헨(71)은 탈 펠레그의 조부모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사는 이들은 손녀 가족을 만나러 이탈리아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23일 이탈리아에서 추락한 케이블카에 탑승했던 이스라엘 가족. 부부와 두 살난 아들은 숨졌고, 다섯 살인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트위터 캡처]

23일 이탈리아에서 추락한 케이블카에 탑승했던 이스라엘 가족. 부부와 두 살난 아들은 숨졌고, 다섯 살인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트위터 캡처]

유일한 생존자인 5세 남아 에이탄은 비란 부부의 또 다른 아들이다. 에이탄은 여러 부위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BBC는 케이블카가 정상을 300m가량 앞둔 지점에서 고장 나면서 20m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케이블카가 정상 도착 직전에 굉음을 낸 후 뒤로 빠르게 가더니 철탑에 부딪혔다. 떨어진 뒤엔 나무에 부딪혀 멈추기 전까지 굴러 내려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케이블카가 산악 지대에 추락하면서 구조와 사고 수습 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원과 경찰 등이 23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추락한 케이블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구조대원과 경찰 등이 23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추락한 케이블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마르셀라 세베리노 이탈리아 스트레사 시장은 "케이블이 끊어진 게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를 일으킨 케이블카는 1970년 처음 운행됐고, 2014∼2016년 정비·보수 작업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운행을 멈췄다가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에 따라 최근 재가동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인 사고 소식에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부상한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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