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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치료제 `이레사` 사용주의 사항 강화

중앙일보

입력

의약품 당국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이레사'의 사용상 주의.경고사항을 강화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보건의료시민단체가 이레사의 보험약값 인하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식약청은 일선 의료기관과 의료진으로 하여금 이레사로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환자에게 이 약이 환자의 생존율 연장 입증에 실패한 다국적 3상 임상시험 결과를 포함해 이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설명한 후에 환자의 동의 아래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또 이 약 투여에 따른 이상반응의 초기증상인 호흡곤란은 물론,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간질성 폐질환과 이에 따른 사망 등의 사례도 투약 전에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식약청은 강조했다.

아울러 이레사 이외의 대체 치료의 존재 여부와 대체 치료를 할 때 환자에게 돌아갈 이익과 위험 등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자에게 이레사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설명했는지 여부를 진료기록부에 남겨두도록 했다.

식약청은 나아가 이 약으로 치료 중에 급성폐장해나 간질성 폐렴이 발생한 뒤에 특발성 폐섬유증이나 진폐증, 방사선유도성 폐렴, 또는 약물유도성 폐렴이 동반될 경우에는 환자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들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이레사를 초기 투여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레사는 2004년 세계 28개 국가 1천692명의 비(非)소세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3상 임상시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약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하지 못했다. 이레사를 투약받은 환자군은 5.6개월을 살았으며, 이레사를 복용하지 않은 위약 투여 환자군도 5.1개월을 생존해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이레사는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통계적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암의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비교적 효과적이라는 임상결과가 나와 있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과 비흡연자, 여성환자, 아시아인 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우리나라 비소세포 폐암환자 10명 중 2명 꼴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레사의 보험약값을 놓고 보건의료시민단체와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이레사에 대한 다국적 3상 임상시험 결과, 위약군에 비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혁신적 신약'으로 인정할 만한 근거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이레사의 보험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보건당국에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전문위원회은 최근 이를 받아들여 이레사의 보험약값을 현재 1정당 6만2천10원에서 5만5천원선으로 자진해서 낮추도록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현 시점에서 이레사의 약값을 인하할 어떠한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제약업계 전체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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