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등교 싱가포르·영국·중국은 우리와 무엇이 달랐나

중앙일보

입력 2021.05.19 18:58

교육부가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커지는 교육격차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당위론과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교차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미 전면 등교를 하는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학교방역 강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싱가포르와 영국, 중국 세 개 국가에서 모든 학생의 전면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을 제외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발생이 우리보다 적은 나라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집계에 따르면 18일까지 일주일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싱가포르가 235명, 영국이 1만5539명, 중국이 945명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4535명이다. 인구 10만명당으로 보면 우리는 지난 일주일간 8.85명이 감염된 셈인데, 싱가포르는 4.05명, 중국은 0.07명 감염됐다. 영국은 23.01명이다.

‘확진자 많아도 백신 자신감’ 영국, 자가 진단 키트도 도입

영국에서는 3월 전면 등교를 하며 학생들이 집에서도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신속 진단키트를 도입했다. 다만 이 키트의 위양성 문제는 영국에서도 논란거리다. BBC 화면 캡쳐

영국에서는 3월 전면 등교를 하며 학생들이 집에서도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신속 진단키트를 도입했다. 다만 이 키트의 위양성 문제는 영국에서도 논란거리다. BBC 화면 캡쳐

영국은 선진국 중 백신 접종률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다. 17일 기준 영국 성인의 69.7%가 1차 백신 접종을 마쳤고, 38.5%는 2차 접종까지 끝냈다. 당초 9월까지로 잡았던 ‘전체 성인 1차 접종 완료’ 목표 시점도 7월 말로 당겨졌다. 영국은 지금보다 일일 확진자 수가 서너 배는 더 많았던 3월에 전면 등교 결정을 내렸다. 여기엔 백신 접종 진행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학일인 3월 8일 1차 백신 접종률은 이미 34%를 넘어섰다. 여기에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나 집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 진단 키트를 도입했다. 다만 이는 우리 방역 당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며 자가 방식의 진단 검사결과가 도움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우한까지 학교 문 연 중국…“사회주의 체제 우월” 과시 

중국은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학교와 회사에서는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은 중북 동부 안후이성 린취안 현의 한 농촌 집단 예방접종장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선 모습. SCMP 캡처

중국은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학교와 회사에서는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은 중북 동부 안후이성 린취안 현의 한 농촌 집단 예방접종장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선 모습. SCMP 캡처

중국은 지난해 9월 1일 중국 전역의 유치원과 초·중·고, 대학교 문을 열었다. 확진자 수가 연초보다 급격히 줄어들자 강한 통제권을 가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전면 등교에 대해 “공산당 지도부와 우리 사회주의 체제의 명백한 우월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3억 명의 중국 학생들이 일제히 등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전면적이고 지휘 통제적인 접근방식을 통해서”였다. 지역 공무원과 공산당 간부들이 교실을 점검하고 학생과 교직원을 감시하며 교사가 ‘반 감염병 정신’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삼십명 대 확진자에 놀라 도로 학교 문 닫은 싱가포르 

초기부터 코로나 19 확산을 잘 막은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국민 통제 정도가 강한 나라다. 전 국민이 ‘트레이스 투게더’란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깔아야 하고, 스마트폰이 없는 고령층의 경우 삐삐처럼 생긴 ‘트레이스 투게더 토큰’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세세한 동선 파악을 하기 위해서다. 정보 수집과정에서 경찰에 협력하지 않으면 전염병법 위반으로 기소된다.

19일 싱가포르 교육부 홈페이지.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집에서 공부하도록(Home-based Learning) 했다.

19일 싱가포르 교육부 홈페이지.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집에서 공부하도록(Home-based Learning) 했다.

그런데 이런 싱가포르도 19일부터 등교를 중단했다. 이날 싱가포르 교육부는 “지역사회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학기 말까지 홈 베이스 런닝(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10~20명대를 유지하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30~50명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16일부터는 2인 이상 모임 금지, 매장 내 식사 금지 등 이전보다 강화된 규제가 적용됐다. 확진자 증가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즉각 규제에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17일 기준 2차 접종 완료자는 전체 성인의 4%), 싱가포르나 중국에 비해선 통제 수준이 낮다. 방역 당국은 전면 등교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요건을 묻자 "확진자 발생 규모나 양상, 학교 내 전파·유행 발생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8월 말까지 교사 백신 접종을 마치고, 학내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면 9월 전면 등교가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아이들의 등교 문제를 확진자 숫자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면서 “등교를 하지 못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격 수업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학교 문을 여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방역 상황, 확진자 수, 학교 내 방역정책 등이 나쁘지 않다”면서 “학교가 언제까지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등에 비해 느린 국내 백신 접종 속도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학교 안팎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확산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면서 백신보다는 방역수칙 준수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고 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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