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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 온다며 잔디 깐 육군…격리중인 병사까지 동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승차권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지난 10일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승차권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육군 사단장이 방문한다는 이유로 한 부대에서 장병들을 잔디 심기에 동원했다가 육군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특히, 이 부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가복귀 뒤 격리 중이었던 장병까지 작업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 전망이다.

이날 육군 및 경기도 포천의 한 육군 부대 등에 따르면 이 부대는 최근 부대 내 작전도로를 새로 만들면서 도로 주변 경사면에 잔디를 깔았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이 작업에는 휴가에서 돌아와 격리 중이었던 병사를 포함해 총 40여명이 투입됐다.

격리 장병들까지 작업에 동원된 이유에 대해 이 부대의 한 간부는 '사단장이 방문하니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결국 이 부대에 사단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장병이 휴가에서 복귀할 경우 2주 동안 격리 생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잔디 깔기 작업에 격리자와 비격리자를 함께 동원한 것은 국방부의 방역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부대 상급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격리자 동원은 육군 지침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국방부 수칙과 별개로 육군의 '격리자도 제한적으로 부대 지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별도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해당 부대에는 애초부터 사단장의 방문 계획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은 최근 격리 장병의 열악한 생활환경 및 부실 급식 등 잇단 폭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병들의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진 뒤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 익명 채널을 통해 다양한 부조리가 외부에 알려지고 있어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장병들의 휴대폰 사용이 고립감 해소와 군 인권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한편, 군내 고충처리 체계와 장병들의 처우 개선, 진정성 있는 현장 소통을 당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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