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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만 봉?…적자에도 상생기금은 매년 꼬박꼬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만든 상생기금이 공기업 ‘눈치보기 기금’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정부 규제를 받는 에너지 공기업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생기금은 매년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자본잠식에도 기금은 꼬박꼬박

에너지 공기업들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만든 상생기금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었다. 사진은 중부발전 사옥. 중부발전

에너지 공기업들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만든 상생기금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었다. 사진은 중부발전 사옥. 중부발전

17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11개 에너지 공기업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과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이 두 기금은 대·중소 기업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 5사(서부·남부·중부·동서·남동발전)는 대·중소 상생기금과 농어촌 상생기금으로 각각 30억원과 25억원씩 동일하게 냈다. 하지만 그 직전 연도인 2019년(당기순이익 기준)에 서부(-466억원)·남부(-342억원)·중부(-58억원)발전은 모두 무더기 적자를 봤다.

2019년에도 이들 발전 5사는 대·중소 상생기금으로 모두 15억원씩 출연했다. 농어촌 상생기금도 서부발전(38억원)만 제외하고 모두 20억원씩 냈다. 하지만 역시 전년인 2018년에 당기순이익 기준 서부(-348억원)·중부(-188억원)·동서(-81억원)발전은 적자였다.

만년 적자인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도 금액은 적지만 상생기금은 빠지지 않았다. 광물공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대·중소 상생기금을 내고 있지만, 2015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다. 역시 자본잠식상태인 석탄공사도 2018년부터 빠지지 않고 농어촌 상생기금을 냈다.

에너지 공기업이 기금 상당 부분 충당

상생기금은 개별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 성격의 자금이다. 이 때문에 경영실적이 좋지 않으면 굳이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에너지 공기업은 “알아서 눈치껏 낸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에너지 공기업이 이 기금 출연에 느끼는 압박은 기금 구성에서도 볼 수 있다. 윤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소 상생기금은 민간기업까지 포함해 총 185개 기업이 2572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이 중 약 11%(307억원)를 11개 에너지 공기업에서 댔다. 지난 4년 출연실적을 보더라도 2019년을 제외하고는 이들 기업 출연 비중이 모두 10%를 넘었다. 특히 2017년엔 19.1%까지 기록했다. 농어촌 상생기금도 2017년 이후 총 1243억원 출연금 가운데 60.4%(751억 원)를 한국전력과 발전 5개사, 한수원이 충당했다.

윤 의원은 “적자에도 공기업들이 기금을 낸 것은 자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가 기금 목표액을 충당하기 위해 적자 에너지 공기업 팔을 비튼 셈”이라고 비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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