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34)원추리

중앙일보

입력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숙근성의 다년생 약초다.

세상살이의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훤초(萱草) 또는 망우초(忘憂草)라고 불리며, 임신한 부인들은 아들까지 낳게 하는 꽃이라 하여 의남초(宜男草)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금침채(金針采) 등으로도 불리는 원추리는 우리말로는 '넘나물'이라고 하여 봄철에는 어린 싹을, 여름철에는 꽃을 따서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원추리는 예로부터 봄의 대표적인 맛있는 산나물의 하나였고 특히 정월 대보름이 되면 끓여먹는 민속까지 있던 귀한 식물이다.

원추리는 맛이 달고 연하며 매끄러워서 감칠맛이 나는 순하고 담백한 산나물이다.

쇠지 않은 어린 순을 따서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어린 싹을 생으로 국거리로 이용하기도 하며, 튀김으로도 요리하고, 데친 것을 기름에 볶아 먹으면 별미를 이룬다.

원추리 뿌리는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을 만큼 영양분이 많은데 자양강장제로도 쓰이고 녹말을 추출해 쌀, 보리 등의 곡식과 섞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꽃의 술을 제거해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들고 독특한 향기가 나게 돼 어린이의 색다른 도시락으로도 묘미가 있다.

원추리는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수천 년 동안 식용과 한방 및 민간요법으로 애용되어 왔다.

<도경본초>에는 원추리를 이용하여 김치를 만들어 먹으면 흉격을 이롭게 하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몸이 가벼워지고 눈이 밝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는데, 옛날에는 사악한 기운이 침노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으뜸가는 약이라 하였다.

이외에도 원추리는 폐결핵, 빈혈, 황달, 변비, 소변불통 등의 치료를 위해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여 왔다.

또 뿌리를 달인 물은 결핵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고, 전초에 이뇨작용, 항염증 작용, 지혈작용이 있으며, 해독작용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화본초>와 <본초강목>에 의하면 원추리의 싹과 꽃은 독이 없어서, 삶아 먹으면 황달이 치료되며, 소화를 도우며 습열을 치료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원추리 뿌리는 "결석을 다스리고, 수기를 내리며 술독을 풀고 <본초습유>", "뿌리를 생즙으로 만들어 마시면 코피나는 것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며 <본초연의>", "유선염에도 효과가 있음 <본초강목>"이 여러 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최근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원추리의 약효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원추리에는 항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원추리 잎과 뿌리에는 염증과 황달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 존재함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의 나이르 박사팀은 원추리 꽃잎에 강력한 항산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나프탈렌 배당체인 스텔라데롤과, 주혈흡충(住血吸蟲)을 퇴치하는 효능과 암세포를 사멸하는 효능이 있는 여러 종류의 새로운 안트라퀴논류의 성분들이 함유돼 있음을 확인하였다.

나이르 박사팀은 또한 원추리로부터 분리한 새로운 안트라퀴논류의 성분들이 사람 종양세포의 분화를 강력히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한편 일본 류큐 의과대학의 요심 박사 연구팀은 원추리의 잎과 줄기로부터 추출한 성분들이 대장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강력히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 외에도 패혈증 치료효능이 있는 락탐을 비롯하여 에너지 증강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성 사포닌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자칫하면 식욕이 감퇴하여 영향섭취에 불균형을 초래하기 쉬운 나른한 봄날에 신선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고 생기를 나게 한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하여 암 예방등 가족의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문자영 교수 = 창원대 보건의과학과, 대한암예방학회 편집위원)

(부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