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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소되는 이성윤, 직무 배제하고 징계 절차 밟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 지검장에 대해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 지검장에 대해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처지가 됐다. 검찰이 밝힌 이 지검장의 혐의는 중대하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권력자로서 일선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드는 사안이다.

범죄 혐의자 서울중앙지검장 업무 부적절 #스스로 거취 정리하든지 엄정 조치해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이 지검장이 보여온 행태는 더 가관이다. 검사의 출석 요구를 연거푸 묵살했다. 아무리 높은 사람도 검찰의 소환장을 받으면 덜덜 떨게 마련인데 그는 검찰 소환쯤은 무시해도 그만이란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진용도 못 갖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자청하더니 김진욱 공수처장의 차를 타고 다녀 ‘황제 수사’ 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요리조리 빠져 다닌 그를 검사가 기소할 조짐을 보이자 이번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소를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제 열린 수심위 회의에 직접 참석해 죄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인 위원들은 기소 8, 반대 4, 기권 1로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기라고 권고했다. 이 지검장 뜻대로 진행한 절차인 만큼 결과에 불복할 도리가 없다. 수사를 꼼수로 피하려다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제 이 지검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수사의 상징이다. 범죄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최대 검찰청의 수장이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에서 무슨 염치로 다른 사람의 불법을 따지겠나. 형사 피고인이 된 첫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퇴진은 불가피하다.

만약 본인이 완강하게 버틴다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지검장을 당장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박 장관이 어제 "기소된다고 다 징계하는 건 아니다”고 밝힌 건 궤변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법무부는 기소나 징계 대상이 된 검찰 고위 간부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더 가혹했다. 기소 대상도 아닌 한동훈 검사장을 ‘검언유착’ 의혹만으로 수사 일선에서 배제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징계 절차 역시 즉각 밟는 게 맞다. 지난해 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징계했던 추미애 전 장관의 선례를 상기해 보라. 곧 기소되는 이 지검장에겐 한결 엄중한 조치가 합당하다.

어느 정부보다 검사들에게 냉혹했던 현 정부가 이 지검장 감싸기에 나선다면 특별히 대접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그제 취임 4주년 회견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런 검찰이 이 지검장의 범죄 혐의를 밝혀냈다. 상응하는 조치로 언행일치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