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이성윤 지키나…“기소된다고 다 징계받는 것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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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1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배제 여부와 관련해 “재판과 직무배제, 징계는 별개"라고 말했다.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사례가 왜 하필 김학의 사건이냐"라며 검찰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다. 검찰은 전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론대로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수사에 대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을 기소할 방침이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이 지검장의 직무배제에 대해서 회의적인 뜻을 드러낸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하필 김학의 사건이냐…짚어야 할 대목 많아” 

지난 7일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와의 간담회를 했다. “이성윤 지검장이 기소되면 거취와 관련해 직무배제나 대기발령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직무배제·대기발령에 부정적 입장

그러면서 박 장관은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 관련 2013년부터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재차 했다. 그는 “절차적 정의가 검찰이 가야 할 중요한 지표인데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하필 김학의 사건이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한 적 있다”고 했다. 이어 “출금과 관련해 이미 기소가 된 사람이 있고, 기소 예정된 사람이 있는데 당사자들은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며 “사건의 시작, 수사 착수 시점, 배당, 지휘체계, 피의사실공표 등 짚어야 할 대목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검찰이 여러 차례 (김 전 차관이 연루된) 성 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눈감았던 것은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 여전히 다툼이 있는 만큼 기소됐다고 해서 바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별도 징계절차 없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종민 변호사, “이성윤 당장 직무배제해야”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즉각 직무배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9급 공무원도 법원에 기소되면 보직 해임에 사표를 내는 게 당연한데, 피고인 신분의 서울중앙지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당장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수사 부서 발령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재소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문제삼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이에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의 절차에 대한 수사와 다른 잣대를 대는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두 사건은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결론을 내고 그에 맞도록 수사 지휘를 한 적은 없다. 왜 다른 잣대냐는 지적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충남 아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1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아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1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사면론에 “법감정·통념, 정상참작 여지 고려”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 박 장관은 “사회적 법감정, 통념과 정상참작의 여지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유사한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 형평성이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해 충분히 국민 의견을 듣고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간 청와대가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과 견주면 미묘한 기류 변화가 읽힌다.

박 장관은 “가석방률을 높이는 건 취임부터 가진 철학”이라며 “가석방률 높이기 위해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법무부 예규를 고쳐 형기의 60~65%를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현재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대상이 되지만 실무상으로는 형기의 80% 이상을 채운 수형자에게 심사를 통해 허가하고 있다. 박 장관은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선 ‘탈(脫)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새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의 중립성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며 “‘정치검찰’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도록 하는 게 (검찰) 조직문화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수사팀 구성·기간·배당 등까지 이쪽저쪽을 가리지 않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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