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구단 자금 수억 원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남궁종환 전 서울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부사장이 배임액 일부를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프로야구 구단 히어로즈가 남궁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억6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0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구단 부사장 겸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자금 관리·집행 업무를 총괄한 남궁 전 부사장은 재임 기간 이장석 대표와 공모해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없이 인센티브 지급기준·절차를 위배해 자신과 이 대표에게 각각 7억원과 10억원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 금액으로 세금을 대납하거나 차용금을 변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남궁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됐고, 남궁 전 부사장은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이 형량은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남궁 전 부사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11월 구단 측에 "인센티브 수령 부분에 대해 법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될 경우 그 금액을 회사에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해줬다.
구단 측은 이 확약서에 따라 피해액 7억원 중 남궁 전 부사장에 대한 급여와 퇴직금 등을 제외한 4억6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남궁 전 부사장 측은 "확약서에 지급할 금액, 지급 시기·방법이 기재돼있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약정금채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남궁 전 부사장이 구단에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확약서에서 정한 '유죄판결의 선고'라는 부가된 약관은 그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를 조건으로 볼 수 있다"며 "배임죄 판결이 확정됐으므로 확약서가 정한 정지조건이 성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센티브 수령과 관련한 피고의 공소사실은 이 사건 배임죄가 유일하므로, '유죄판결이 선고될 경우 그 금액'은 배임죄의 피해액인 7억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약정금의 지급 주체와 그 상대방도 피고와 원고임이 분명해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법률 행위의 주요 부분이 확정돼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