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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쇼크가 준 선물"…코스피 3249.30, 또 사상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324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2267조원으로 불어나며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의 '고용 쇼크'가 금리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0일 기록한 최고치(3220.70)를 20일 만에 경신했다.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한 결과다. '공매도가 부활하면 주가가 내릴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던 셈이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외국인 2300억 사들여…선물도 매수

장 초반 코스피는 1시간 남짓 3210선에서 등락했지만, 이후 상승 폭을 키우며 고점을 높여갔다. 장중 한때 3255.90까지 치솟으며 지난 1월 11일 세운 장중 최고가(3266.23)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닥 지수도 1.48% 오른 992.8에 마감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다. 개인 투자자가 1조1900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기관이 96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 중에서도 금융투자(증권사 등)와 연기금이 각각 7800억원, 190억원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26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사자'에 나선 외국인도 23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선 2300억원밖에 사지 않았지만, 선물시장에서 7000억원 넘게 샀다"며 "실제론 외국인이 1조원 가까운 수급을 움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증시가 미답의 고지를 밟은 데는 미국에서 날아든 '깜짝 낭보'가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6만6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약 100만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용 부진은 증시에 악재로 통한다. 하지만 이날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 부진이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어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용 위축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가 해소된 것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명지 팀장은 "미국의 고용 쇼크가 준 선물"이라며 "이는 달러 약세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로 인해 지난 3일 달러당 1124원이던 원화값이 10일엔 1113.8원까지 올랐다(원·달러 환율 하락).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환율 차이로 생기는 손해) 부담 없이 한국 주식을 '투자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 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공매도 규제가 풀리면서 한국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또 사상 최고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스피 또 사상 최고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매도 불확실성도 덜었다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 상승이 지속할 지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조만간 3300선 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 흐름이다. 연초 상승장을 주도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9만원을 뚫은 뒤 4개월째 8만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한 단계 더 레벨업 하려면 반도체주가 올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등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엔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며 "산업에 대한 모멘텀이 있어야 시장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퍼링 우려도 여전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오름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고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하게 되면 하반기로 갈수록 Fed가 돈줄을 죌 것이란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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