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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지마비 환자의 죽음 안락사 논쟁 유발

중앙일보

입력

"어떤 종류의 즐거움도 없는 삶이란 얼마나 부조리하고 고통스러운가".

비밀리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한 호르헤 레온 에스쿠데로(53)의 사례가 스페인에서 안락사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dpa 통신이 8일 보도했다.

간호사이자 조각가였던 레온은 6년전 철봉에서 떨어져 목 골절을 당한 뒤 입술을 제외한 전신이 마비되는 불행에 빠졌다.

레온은 고통 뿐인 부조리한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는 '죽을 권리'를 주장했고 마침내 인터넷을 통해 죽음을 도와줄 사람을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수주일후인 지난 4일 그는 스페인 북부 도시 발라돌리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누군가 인공호흡기의 작동을 끊었고 병상 곁에는 고인에게 주사됐을 진정제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빈병이 발견됐다.

고인의 가족은 누가 안락사를 도와줬는지 모른다고 입을 다물고 있고 고인의 형은 고통이 끝나게 도와주는 위험을 무릅쓴 사람에 감사를 나타냈다.

고인은 생전에 "삶과 죽음 사이의 논쟁이 아닌, 위엄 있는 삶과 원치 않는 삶, 고결한 죽음과 불필요한 고통속 죽음 사이의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안락사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친구 사이에 안락사를 도운 1998년 라몬 삼페드로 사건을 상시시킨다.

사지가 마비됐던 라몬 삼페드로는 30년간 안락사 합법화를 위해 싸운 끝에 친구 라모나 마네이로의 독극물 제공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라모나는 공소 시효가 끝난 뒤 안락사를 도운 사실을 고백했었다.

이 사건은 2005년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던 아메나바르 감독의 '바다 속으로'의 소재가 됐다.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 죽음을 돕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좌 정당인 이즈키에르다 우니다는 네덜란드 처럼 안락사를 합법화 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엘레나 살가도 보건 장관은 안락사 문제가 당분간은 정부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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