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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도공 건설기술용역, 전관영입 업체가 수주 독식"

중앙일보

입력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년간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건설기술용역 사업을 전관 영입 업체들이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 경쟁이 아닌 전관 영입 경쟁으로 변질한 용역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실련은 최근 2년간 기술용역 종심제 낙찰현황과 ‘주요 엔지니어링 업체의 국토부ㆍ도로공사 OB 영입 현황’이 담긴 자료를 업계 관계자로부터 받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는 주요 엔지니어링 업체에 재취업한 200여 명의 국토부ㆍ도로공사 퇴직 관료들의 정보가 기재돼 있다.

경실련 분석 결과 국토부가 최근 2년간 종심제로 계약을 체결한 건설기술용역은 총 38개 사업(1529억원)으로, 해당 사업 모두 국토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 도로공사도 같은 기간 건설기술용역 사업 총 26개(1792억원) 전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

종심제는 공사수행 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따져 낙찰 업체를 선정하는 제도다. 낮은 가격을 우선순위로 두는 ‘적격심사낙찰제’와 다른 방식이다. 2019년 3월 국토부는 기술용역 종심제를 도입하면서 이 제도가 낙찰률 상향에 기여하고, 가격 중심이던 사업자 선정 구조를 기술 중심으로 바꿔 엔지니어링 시장에 제값을 주고받는 문화를 안착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국토부의 기대와 같이 낙찰률은 평균 3~5%가량 상승했지만, 사업자 선정 구조는 기술 경쟁력이 아닌 전관영입 경쟁력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건설기술용역 수주관행 흐름도. 자료 경실련

건설기술용역 수주관행 흐름도. 자료 경실련

"업체 간 입찰·가격 담합 의심"

국토부 수주 사업 38건 중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26건(68%)에 달했다. 도로공사는 26건의 사업 중 24건에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사업 중 4개 업체 이상이 입찰에 참여한 사례는 없었다.

경실련은 업체 간 사전 담합을 통한 입찰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경쟁입찰의 성립)에 따르면 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입찰만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입찰 무효를 막기 위해 소수 업체가 담합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도공 건설기술용역 종심제 입찰업체수 현황. 자료 경실련

국토부·도공 건설기술용역 종심제 입찰업체수 현황. 자료 경실련

경실련 측은 “업체들은 사전담합을 통해 낙찰업체를 미리 정해놓는다. 들러리 업체 한 곳이 입찰에 끼면 평균 2개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며 “제보자에 따르면 전관을 영입한 업체는 발주 건 별로 예산 금액의 1~5%를 업체별로 각출해 비자금을 만들고, 이 비자금을 심사 전·후에 평가위원에게 전달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담합 정황도 드러났다. 경실련이 국토부 38건 사업의 입찰가격을 살펴봤더니 낙찰 업체와 2순위 업체의 입찰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33건(87%)에 달했다. 도로공사도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입찰금액 차이가 1%가 안 되는 사업이 22건(85%)으로 나타났다. 낙찰업체와 탈락업체 모두 특정 낙찰률에 근접하게 입찰금액을 제출한 것이다.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42% 수주

경실련은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 약 3194개 가운데 전관을 영입한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사업금액의 42%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들 상위 20개 업체의 전관 보유 인원은 총 184명이다.

경실련은 “건설기술용역이 경쟁입찰로 발주되었음에도 전관을 영입한 업체의 수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입찰평가점수를 높게 받아 수주 가능성이 월등히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엔지니어링 업체는 기술경쟁은 뒷전인 채 전관영입이 경쟁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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