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검찰 개혁 강경파 의원들이 주축인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결성된 처럼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강경한 주장을 이어오다, 연초 당 지지율 하락 주범으로 꼽혀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반전의 기점은 5·2 전당대회였다. 처럼회 주축 멤버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비판에 앞장서 온 김용민 최고위원이 최고 득표율(17.7%)을 기록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의원 투표에선 후보 7명 가운데 12.42%로 꼴찌를 기록했으나, 권리당원 투표에서 최고 득표율(21.59%)로 합계 1위를 기록했다. 김 최고위원의 당선을 두고 당 안팎에선 “강성 지지층 위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께서 저를 최고위원으로 일하게 해주셨고, 그 뜻은 민주당에 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송영길 대표의 쇄신론과 각을 세웠다. 이어 오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송영길 대표가 부동산 정책 점검을 이유로 봉하마을 방문을 6일로 미룬 상태에서 ‘나 홀로 봉하행’을 택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참배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앉아있는 본인 사진과 함께 “개혁을 저항하는 세력에 좌초되지 않도록 부디,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를 두고 최고위원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은 “예정된 지도부 일정이 있는데도 독자 행동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 튀는 행동이다. 전당대회 득표율에 취해 너무 기세등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재명계로 기우는 처럼회…친문 분화 조짐?
당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튀는 행보가 향후 대선 경선 국면에서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2·3위를 기록한 강병원·백혜련 최고위원이 각각 친문(親文)과 친(親)이재명 색깔이 뚜렷한 반면, 김 최고위원은 강성 당원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면서도 계파색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용민 최고위원도 장기적으론 우리 쪽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적지 않은 처럼회 회원들이 이미 이 지사 측으로 속속 합류했다. 일찌감치 이 지사 지지를 표명한 김남국·민형배 의원 외에도 이수진(서울 동작을)·최혜영·황운하 의원이 조만간 발족 예정인 이 지사 지지 의원모임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 포럼)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3~4일 가입 의사를 밝힌 처럼회 소속 의원만 5명이다. 포럼 설립에 관여하는 한 의원은 “조만간 처럼회 소속 의원 2명 정도가 더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처럼회 측은 “조직적으로 이 지사 지지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 역시 “개별 의원 차원의 가입이다. 확대 해석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향후 처럼회와 이 지사의 관계는 더 긴밀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처럼회 회원으로 포럼에 가입한 한 의원은 “검찰개혁을 외치는 처럼회 의원들의 성향과 이 지사의 개혁적인 성향이 서로 뜻이 맞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