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간 정의용 "모테기 만난다"…한·미·일 공조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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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G7 외교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의가 성사된다면 지난 2월 정의용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왼쪽부터 정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 [AFP=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G7 외교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의가 성사된다면 지난 2월 정의용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왼쪽부터 정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 [AFP=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임 3개월 만의 첫 회담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성사되나 #정의용 취임 후 3개월째 한·일 냉각기 #상견례 위한 전화통화마저 日 거절 #한·미 외교장관 회담 통해 '북핵 공조' 확인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찾은 정 장관은 3일(현지시간) 현지 한국 특파원과 만나 “한·미·일 3자 회담을 할 테니 그때 북한 관련해서 더 집중해서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묻자 “한·미·일이 만난 뒤에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안 갈등'에 냉각기 이어진 한·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된다면 과거사 갈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3개월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 전화통화도 갖지 못할 만큼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겨레하나 회원 등이 시민 1,791명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을 받아 일본대사관에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된다면 과거사 갈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3개월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과 전화통화도 갖지 못할 만큼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겨레하나 회원 등이 시민 1,791명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을 받아 일본대사관에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정 장관의 발언대로 한·일 외교장관 간 회담이 성사된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위안부 피해 배상 판결,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은 지난 2월 9일 부임 뒤 꾸준히 모테기 외상과의 전화통화를 추진했지만, 일본 측이 응하지 않아 아직 전화 상견례도 하지 못한 상태다.

다자 회의를 계기로 런던에서 양국 수장 간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는 한·미·일 공조 복원을 중시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장관이 먼저 만나 3국 안보 공조 의지를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한·일 장관 회담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미·일 장관회의는 4~5일 중 열릴 계획이다.

다만 정 장관이 양국 외교 수장 간 만남을 언급한 뒤 일본 정부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외교부 역시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회담 개최 일시 등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양측이 아직 구체적 시간을 조율 중이거나 회담 자체가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대북공조' 재확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한편 이날 오전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 등이 주된 의제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블링컨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했으며,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며 “양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해서 긴밀히 공조해 나가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완료한 새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을 통해 ‘단호한 억지 전략’이라는 테마를 제시하고, 백악관 차원에서 ‘외교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방향성을 강조했을 뿐이다. 이는 대북정책 리뷰를 통해 북핵 협상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되, 동맹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구상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으로부터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 결과물을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로선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추구하면서도 이같은 대북정책의 구체적 방법론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미 간 대북 공조 내용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한 층 구체화한 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G7 차원에서도 바이든 시대의 북핵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를 갖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정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G7 환영 만찬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이란·북한 관련 정세 분석 및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닌 만큼 정 장관 역시 환영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G7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국으로 이뤄진 주요 선진국 협의체다. 한국은 호주·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과 함께 초청국 자격으로 G7 회의에 참석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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