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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양석환의 쐐기 3점포…두산 공동 3위로

중앙일보

입력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는 두산 양석환 [뉴스1]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는 두산 양석환 [뉴스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양석환(30)은 올 시즌 개막 직전 큰 변화를 겪었다. 2014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뒤 7년간 한 팀에만 몸담은 그가 갑작스럽게 두산으로 이적했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과 LG가 13년 만에 선수를 교환했고, 양석환이 그 트레이드 대상자였다. 그는 새 팀에 채 적응할 겨를도 없이 정규시즌을 시작했다.

어깨가 무거웠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1루는 오재일이 지켰다. 오재일은 2016년부터 4년 연속 20홈런을 친 왼손 거포다. 지난 시즌에도 홈런 16개, 89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2020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자 두산은 내부 유망주를 키워 빈자리를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결국 왼손 투수 함덕주를 LG에 내주면서 1루수 양석환을 영입했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유망한 왼손 투수를 내준 두산이 손해를 본 것 같다"고 했다.

분위기는 예상과 반대로 흘렀다. 오재일과 최주환(SSG 랜더스)이 떠난 두산 타선에서 양석환이 확실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개막 후 한 달이 흐른 시점에 양석환 관련 질문을 받자 "정말 잘해주고 있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양석환은 시즌 초반 잠시 부진했다. 그러나 곧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붙박이 1루수이자 중심 타자로 나서면서 팀 득점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팀이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친정팀 LG 트윈스와 3연전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 홈 경기에서도 그는 승리의 주역이 됐다. 두산이 5-4로 간신히 앞선 5회 말 2사 1·2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에 섰다. SSG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수를 필승 불펜 서진용으로 교체했다. 통하지 않았다.

양석환은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에서 서진용이 던진 2구째 직구(시속 144㎞)를 힘껏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승기를 확실히 틀어쥐는 3점 홈런. 지난달 30일 SSG전 이후 이틀 만에 다시 나온 시즌 4호포였다. 최근 4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는 상승세다.

수비에서도 중요한 실점을 막았다. SSG가 8-5로 추격한 7회 초 1사 1·3루였다. 1루수 양석환은 SSG 추신수의 땅볼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주저 없이 홈으로 던졌다.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가 태그아웃됐다. SSG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두산은 경기 전까지 KIA 타이거즈와 공동 5위였다. 모든 팀이 살얼음판 순위 전쟁 중이라 패배 한 번에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양석환은 공수 맹활약으로 두산의 8-5 승리를 이끌고 지켰다. 두산은 LG, SSG와 공동 3위로 올라섰다. 급박했던 트레이드는 적어도 지금까지 '대성공'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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