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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측정하는 셔츠 … “심장 위험”알리는 장치

중앙일보

입력

복제인간 '링컨'(이안 맥그리거 분)이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본다. 소변의 성분을 분석한 변기 내 장치가 링컨에게 "몸에 이상이 있으니 의사를 찾아보라"는 음성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 복제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의 일부분이다.

이같은 SF 영화를 보노라면 가까운 미래 병원시설이 집안 곳곳에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 등 각종 신체와 관련된 정보들이 병원에 갈 필요도 없이 시시각각으로 점검되는 것이다. 이미 '내 집안의 병원'이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체지방을 분석하고,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는 초기단계의 의료기기를 넘어서 좀더 전문화하고 다양한 기기들이 우리의 가정으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2003년 미국에서 발매된 '스마트셔츠'가 대표적이다. 심장 박동수와 혈당치 등 체내 정보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입는 컴퓨터'다. 스마트셔츠는 착용자의 건강에 갑작스러운 이상을 감지하면 긴급 전화로 응급차를 불러준다.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아벨로프 랩이 개발한 라이프셔츠는 몸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생체 신호 계측용 센서들이 내장돼 있어, 혈압과 심장박동 등의 신체 정보를 주치의에게 보내 처방을 받도록 한다. 유아용 돌연사 방지복도 있다. 유아의 호흡과 체온 등 생체신호를 감지해 부모의 개인휴대단말기(PDA)나 PC로 알려준다. 갑작스럽게 신체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에는 경보를 울려주는 기능도 있다.

물론 여전히 이 같은 스마트웨어의 문제는 있다. 전자장치를 몸에 밀착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게 마련이고 전원공급장치의 폭발 가능성도 있다.

세탁할 때 또는 비가 올 때 등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한 내구성 처리가 문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 이르면 성인의 40%, 10대의 75%가 스마트웨어를 입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휴대용 체력검사장비 '시포드(CPOD)'를 내놨다. 컴퓨터 마우스 크기의 시포드는 허리에 착용이 가능하고 혈액 속의 산소량은 물론 사람의 움직임까지 추적할 수 있다. 주삿바늘을 혈관에 꽂아 산소 흡착 센서를 이용해 혈액 속의 산소량을 측정하고, 착용자가 움직이는 속도변화를 감지해 내는 3개의 가속도 센서를 갖고 있어 사람이 뛰고 있는지 뒹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레그 코백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시포드는 사람이 휴대한 채 일상생활을 할 때 각종 신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고 측정 자료를 실시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경고하는 알람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심장박동수가 분당 170을 넘으면 경고음을 내 착용자가 쉬어야 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시포드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화재가 난 건물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있는 소방관의 혈액 속 산소 농도를 모니터할 수 있고, 잠수부나 산악등반가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다. 시포드는 특별한 약에 대한 환자의 반응 경과를 살피는 데도 쓰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가정용 의료기기의 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보령수앤수는 통증완화용 레이저 조사기를 내놨다.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씨알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1000만원을 웃도는 병원 내 레이저 조사기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압축하고 가격을 80만원대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보령수앤수의 이영주 의료기기팀장은 "650 나노m 파장대의 레이저를 이용해, 열 발생이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의 손상 없이 피부를 투과한 다음 광 에너지만을 신체 내부로 전달하는 원리"라며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을 필요도 없이 혈관 위에 부착만 하면 투과된 레이저가 응고된 혈액을 풀어줘 통증을 완화해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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