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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100일…국내 기업엔 3가지 위험 신호 켜졌다

중앙일보

입력

7일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7일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현지시간 29일)을 맞아 경제 정책에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8일 ‘미 신정부 출범 이후 100일 공약 이행 현황 및 주요국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코트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산 물품 조달 강조, 탄소국경세 도입, 미·중 갈등 고조는 우리 기업에게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트라는 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의 위험 요소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의 강화를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사업에 쓰이는 물품을 구매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동안 미 정부 구매에서 정보통신(IT) 제품은 바이 아메리칸 원칙을 적용 받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는 IT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 개선안 마련을 지시해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후대응 동참 요구할 듯”

탄소국경세 논의도 한국 기업에겐 위험 요소다. 탄소국경세는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것을 의미한다. 코트라는 에너지 소모와 무역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와 수송 장비, 컴퓨터, 전기·전자 장비 분야의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손수득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 동참 요구라든지 제도 급변 요인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도로 보수 현장. 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의 도로 보수 현장. AFP=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 외교 행보도 한국 기업에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공개 거론하며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또 일본ㆍ인도ㆍ호주와 함께 쿼드(Quad) 협의체를 만들어 중국 견제를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해져 미ㆍ중간 첨단기술 교류가 중단되는 수준까지 이르면, 한국의 수출량도 줄어 국내총생산(GDP)에 2.0%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 분석도 지난달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미ㆍ중 양측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한국 기업들의 당연한 도전 과제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 어느 한쪽 시장만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비상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조 달러 인프라 투자는 기회 

한편으론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는 경제 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게 사회 기반 시설 구축에 8년간 1조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철강ㆍ수송기계ㆍ중장비ㆍ전선 등의 수요가 늘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코트라는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의 주체는 연방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은 지방정부가 될 것”이라며 “지역 네트워크가 강한 현지 중소업체, 관급 계약에서 혜택을 받는 소수인종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연간 225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더 쓰겠다는 계획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미국이 자국 기술을 국제 표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외국과의 R&D 협력을 적극 권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코트라는 “우리 기업의 상황, 개발 기술의 특성, 가용한 정부 프로그램을 고려한 협력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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